평양냉면 vs 함흥냉면 확 구분되는 차이점, 제대로 알려드립니다
2025-05-2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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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냉면에 담겨 있는 재밌는 사연
여름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시원한 육수, 쫄깃한 면발, 살얼음이 둥둥 떠 있는 그 비주얼. 바로 ‘냉면’이다.
냉면은 단순한 면 요리를 넘어, 한반도의 지리와 기후, 식문화, 역사까지 담고 있는 음식이다. 입에 들어가는 순간은 짧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길다.
냉면이라고 다 같은 냉면이 아니다. 메밀 향이 은은한 평양냉면과 매콤달콤한 양념이 인상적인 함흥냉면, 이름도 다르고 맛도 전혀 다른 이 두 냉면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지만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먼저 평양냉면.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평양 지방이 원조다. 한국전쟁 이후 서울로 피란 온 이북 출신들이 서울 곳곳에 냉면집을 차리며 대중화되었고, 이제는 서울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맛이 되었다. 평양냉면의 가장 큰 특징은 메밀 함량이 높은 면이다.
메밀은 밀가루보다 글루텐이 적고 식감이 부드러워 면발이 툭툭 끊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게 다 삶아진 거 맞아?”라며 의아해하곤 한다. 하지만 한 번 그 은은한 향과 담백한 맛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마치 조용한 클래식 음악처럼, 먹을수록 깊은 맛이 배어든다.
평양냉면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육수다. 보통 소고기 육수를 기본으로 하되, 동치미 국물을 더해 시원함을 배가시킨다. 그래서 얼음을 넣지 않아도 시원하고 감칠맛이 난다. 평양냉면의 국물은 단맛보다 짠맛, 감칠맛, 그리고 약간의 시큼한 맛이 조화를 이루며 오히려 ‘싱겁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담백한 맛이 자극적인 음식에 익숙해진 입맛에는 오히려 신선한 충격을 준다. 느끼한 고기나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입가심으로 즐기기에도 훌륭하다.

반면 함흥냉면은 ‘자극의 미학’을 보여준다. 원산지인 함흥은 동해안에 인접한 지역으로, 생선이 풍부했던 곳이다. 그래서 이 냉면은 원래 생선살, 주로 명태살을 갈아 만든 전분 함량 높은 면을 사용한다. 지금은 명태 대신 고구마 전분이나 감자 전분을 쓰기도 하지만, 그 쫄깃한 식감은 여전하다. 실제로 함흥냉면의 면은 거의 고무줄처럼 탱탱해서, 잘못 삶으면 젓가락으로도 자르기 힘들다. 탄력 있는 면발이 이 냉면의 핵심이자 자랑이다.
함흥냉면은 육수 대신 새콤달콤하고 매콤한 양념장이 중심이다. 고춧가루, 식초, 설탕, 마늘 등을 넣은 비빔 양념장은 입에 착착 감기는 강렬한 맛을 낸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반할 맛이다. 그 위에 얹히는 고명도 평양냉면과 다르다. 삶은 달걀, 오이, 배채뿐 아니라, 매콤한 양념에 재운 회, 흔히 ‘회냉면’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명태회나 오징어회가 올라간다. 그 탱글탱글한 면발과 회의 조합은 여름철 입맛을 확실히 깨운다.
요약하자면, 평양냉면은 ‘고요한 맛’, 함흥냉면은 ‘강렬한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가 조용한 미풍이라면 후자는 바다의 파도와 같다. 둘 다 냉면이지만, 사용하는 면도 다르고, 국물의 유무, 양념의 성격, 먹는 방식까지 다르다. 심지어 평양냉면은 겨울철 별미로도 즐기며, 함흥냉면은 철저히 여름철 시원하고 매운 맛으로 소비된다는 차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