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에 3만원... 러시아서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뜻밖의 한국 과일'

2025-05-2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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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훨씬 비싼데도 러시아인들에게 사랑받는 과일

제주 감귤이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시장에서 제주산 감귤은 신선한 맛과 높은 품질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수출 강자로 떠올랐다. 중국산 감귤의 수입 제한으로 생긴 기회를 제주 감귤이 놓치지 않고 잡아내며, 러시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그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귤 농장 / 연합뉴스 자료사진
귤 농장 /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 감귤의 수출 물량은 러시아를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감귤수출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수출량 3347톤 중 러시아로 간 물량은 1775톤이다. 전체의 53%를 차지한다. 이는 캐나다(558톤), 미국(324톤), 싱가포르(150톤), 홍콩(149톤) 등 다른 주요 수출국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러시아는 2023년 1977톤(56.5%), 2022년 1484톤(54.3%)을 수입하며 최근 3년간 제주 감귤 수출의 절반 이상을 꾸준히 소화했다. 전쟁 이전인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4391톤, 5466톤을 수입하며 수출량이 급증한 바 있다. 이는 2019년 687톤에 비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러시아가 제주 감귤을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제주와 러시아의 지리적 근접성 덕분에 운송 시간이 짧아 신선도가 유지된다. 또한 제주 감귤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이 중국산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한라봉은 당도 13~18브릭스로 일반 귤(9~12브릭스)이나 오렌지(10~13브릭스)보다 높고, 산도는 0.8~1.0%로 오렌지(1.0~1.3%)보다 낮아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러시아 현지 농업 포털 사이트 '스바요 페르메르스트보'는 한라봉의 진한 향과 부드러운 과육, 낮은 섬유질 함량을 높이 평가하며 러시아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러시아에서 한라봉은 kg당 1500~2000루블(약 2만6000~3만4000원)에 판매되며 고급 과일로 자리 잡았다. 한국 가격보다 2배가량 비싸다.

제주 감귤의 러시아 수출 급증은 2020년 중국산 감귤에서 귤과실파리가 검출돼 러시아가 중국산 수입을 전면 금지한 데서 시작됐다. 이 틈을 제주 감귤이 파고들며 수출량이 급증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러시아로의 수출은 미미했지만, 이후 제주 감귤의 품질과 신선도가 입소문을 타며 시장을 장악했다. 러시아 소비자들은 중국산 감귤의 잔류농약 문제와 비교하며 제주 감귤의 안전성과 맛을 높이 샀다. 한국감귤수출연합은 제주 감귤이 러시아 시장에서 단순히 대체재를 넘어 선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한다.

귤을 수확하는 모습. / 연합뉴스 자료사진
귤을 수확하는 모습. /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 감귤의 성공은 러시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기준 제주 감귤은 캐나다, 미국,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 몽골, 뉴질랜드, 괌, 필리핀 등 10개국 이상으로 수출되고 있다. 이 가운데 뉴질랜드 시장은 2023년 처음 개척했다. 1999년 양국 간 협상 시작 이후 24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제주시농협은 뉴질랜드 수출을 계기로 동남아시아와 북미 시장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제주시농협의 수출 전용 브랜드 '제즈머라이즈(Jesmerize)'는 제주(Jeju)와 '매료시키다(Mesmerize)'의 합성어다. 한라산을 형상화한 로고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제주 농산물의 위상을 알리고 있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8개국에 브랜드를 출원하며 수출 확대를 노린다.

한국감귤수출연합은 2021년 12월 제주도 내 18개 농협과 감귤농협이 출자해 설립된 조직으로, 감귤 수출의 95.1%를 담당하며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통합 브랜드 '위귤(We Gyul)'을 2023년 론칭하며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위귤'은 영어 의태어 'Wiggle'을 연상시키며 새콤달콤한 감귤의 매력을 강조한다. 연합은 지난해 특허 출원을 완료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예고했다. 수출 목표는 1만 톤. 현재 평균 수출량(3000~4000톤)의 3배 규모다.

제주 감귤의 수출 경쟁력은 단순히 맛과 품질뿐 아니라 전략적인 시장 공략에서도 나온다. 2020년대 초반 코로나19로 국내 감귤 농가가 판매 어려움을 겪던 시기, 러시아 시장은 한국 농가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2020년 12월 러시아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한국산 감귤은 중국산보다 3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새해 축하 식탁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 주요 유통업체들은 한국 감귤의 품질과 맛에 주목하며 추가 수입 의사를 밝혔다. 한국은 러시아의 비우호국 대상 관세(35%)에서 제외돼 수출 여건도 유리해졌다.

제주 감귤의 글로벌 인기는 K-콘텐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을 통해 한국 드라마를 접한 해외 소비자들이 제주 감귤에 호기심을 보이며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손으로 쉽게 껍질을 벗길 수 있는 데다 새콤달콤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점이 외국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다. 제주시농협은 글로벌GAP 인증을 획득한 농가들과 함께 품질 관리에 힘쓰며,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감귤류 농산물전문생산단지로 지정받아 3년 연속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향후 과제는 새 시장 개척이다. 한국감귤수출연합은 베트남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연간 60만 톤의 감귤을 수입하는 베트남은 중국산이 주도하지만, 제주 감귤의 품질이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수출의 교두보로도 적합해 태국 등 주변국으로의 진출도 기대된다.

제주 한라봉 / 연합뉴스
제주 한라봉 / 연합뉴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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