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가 녹아서 죽어버렸다는 '한국인 최애 해산물'... 가격 초비상 상태

2025-05-2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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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온 여파... 아예 씨가 마른 2년산 대신 1년산 출하

지난해 고수온으로 녹아버린 멍게. / 뉴스1
지난해 고수온으로 녹아버린 멍게. / 뉴스1

‘바다의 꽃’으로 불리는 빨간 멍게가 다시 통영 바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크기는 예년보다 훨씬 작다. 이유가 있다. 지난해 유례없는 고수온으로 인해 멍게가 대부분 녹아내렸다. 어민들은 부득이하게 1년산 멍게를 출하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했다. 경남 전체 멍게 생산량의 75%를 차지하는 통영·거제 해역에서 벌어진 이 상황은 기후변화가 우리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충격적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멍게 / 뉴스1
멍게 / 뉴스1

현재 경남 통영은 갓 수확한 멍게를 세척하느라 분주하다. 통영 앞바다에서 갓 수확한 싱싱한 멍게를 깨끗이 세척해 출하하고 있다. 올해 멍게는 예년과 다른 모습이다. 잘 자란 멍게는 커피잔으로 쓰는 종이컵에 몸통이 반쯤 들어갈 만한 크기인데, 올해 멍게는 소주잔에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작은 편이다. 2년산 멍게가 아닌 1년산 멍게를 수확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멍게는 겨울을 두 번 나는 2년산을 2월에 수확하기 마련이다. 성인 주먹만 한 크기의 2년산 멍게가 일반적인 상품이다. 하지만 지난해 역대급 고수온으로 전국 멍게 생산량의 75%를 차지하는 통영·거제 양식장의 멍게 대부분이 녹아내리면서 올해는 초매식조차 열리지 못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경남 멍게 양식장 폐사율은 97%에 달했다. 멍게수하식수협이 집계한 수치도 동일하게 97%의 폐사율을 보였다. 경남 연안을 덮친 한여름 고수온 때문에 올해 출하해야 할 2년산 멍게가 대량 폐사한 결과다.

경남도에 따르면 멍게는 수온이 5~24도 사이에서 잘 자란다. 25도 이상 수온이 3주 이상 지속되거나 26도 이상이 지속되면 잘 크지 못하면서 대량으로 폐사한다.

멍게 / 뉴스1
멍게 / 뉴스1

지난해 경남해역에선 62일 동안이나 고수온 특보가 이어졌다. 멍게를 양식하는 수심 10~15m까지 뜨거운 바닷물이 밀려왔다. 8월 초부터 경남권 연안에 고수온 주의보·경보가 60일 넘게 이어지면서 견디지 못한 멍게가 대량 폐사했다. 8월 말부터 9월 초에는 30도까지 올랐던 경남 바다 표층 수온은 10월 들어서야 24~26도로 떨어졌다.

이에 어민들은 지난해 가을에 이식한 1년산 멍게를 올해 수확하기로 했다. 유례없는 대규모 폐사로 부득이하게 작은 멍게를 수확하게 된 것이다. 예년 330톤에 달하던 깐 멍게 생산량은 올해 10%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껍질을 제거한 깐 멍게의 가격은 보통 1㎏당 1만6000원 안팎이다. 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2만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통영시·거제시 일대 멍게 작업장 100여 곳도 최근까지 물량이 없어 허탕을 쳤다. 수확할 2년산 멍게가 없으니 매년 2월 햇멍게 출하를 알리는 초매식도 올해 취소됐다.

멍게 / 뉴스1
멍게 / 뉴스1

통영·거제 멍게 양식 어민들은 폐사 위험을 덜기 위해 성냥개비 알만한 멍게 종묘 일부를 강원도와 경북 앞바다에 분산해 키웠다. 고수온 특보가 모두 해제된 지난해 10~11월 사이 멍게 종묘를 다시 통영·거제 앞바다로 가져와 키운 것을 이번에 출하한다.

멍게 음식을 내는 식당엔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고수온 전 수확했던 급랭 멍게를 써야 할 정도로 생멍게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여름에도 고수온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매년 발생하는 기후변화 피해를 막기 위해 고수온에 내성이 있는 우량종묘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남도와 통영시 등은 멍게 양식장을 수심이 깊은 해역으로 이전하고 고수온기 대피 어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경남수산안전기술원·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통영시·거제시·멍게수하식수협은 올해부터 고수온 등 기후변화에 대응해 멍게 폐사 피해를 줄일 방법을 연구한다. 연구 참여기관들은 수심이 깊으면서 수온이 낮은 해역을 골라 한여름 고수온을 피해 멍게 양식장을 일시적으로 옮기는 멍게 월하장(越夏場) 조성을 추진한다.

멍게  / 연합뉴스
멍게 / 연합뉴스

빨간 색감에다 우둘투둘한 생김새 때문에 '바다의 꽃'으로 불리는 멍게는 경남 대표 수산물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멍게 양식 면적 2104㏊ 중 경남이 672㏊를 차지한다. 생산량은 경남이 70%로 압도적으로 많다.

멍게는 척삭동물문 미삭동물아문에 속하는 해양 생물이다. 서울말로는 본래 우렁쉥이라 했으나 경상도 방언인 멍게가 더 널리 쓰이게 되면서 복수 표준어로 지정됐다.

멍게는 성장 과정에서 변태를 하는 독특한 생물이다. 유생은 올챙이 같은 형태로 유영하며, 유생일 때는 안점, 후각계, 뇌, 근육, 지느러미, 신경, 척삭 등의 상당히 고등한 기관을 가진다. 하지만 성체가 되면 척삭 등을 소화시켜 버리고 바닥에 뿌리내려 해수를 구멍으로 받아 플랑크톤만 걸러먹고 배출하는 여생을 보낸다. 셀룰로스를 체내에서 생산하는 유일한 동물이기도 하다.

멍게는 한국, 일본, 프랑스, 칠레, 그리스 정도에서만 식용으로 소비되는 독특한 해산물이다. 외국인들이 먹기 힘들어하는 한국 해산물로도 유명하다. 거의 바다를 농축한 수준의 독보적인 바다향과 맛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멍게 요리는 생멍게 회다. 멍게의 뿔 부분을 칼로 잘라내고 밑동 부분도 잘라낸 뒤 배를 칼이나 가위로 가른다. 그리고 주황색이 도는 속살을 떼어내듯이 꺼내어 갈라 펼친 다음 그 안에 있는 검은 덩어리를 떼어내고 출수공과 이어져 있던 부분에 들어있는 뻘 등의 배설물을 제거한 후 남은 살 부분을 적당한 사이즈로 자른다. 이렇게 손질한 주황빛 멍게살을 초장에 찍어서 먹는다. 입안에 바다의 향기가 퍼지면서 약간 짭쪼름한 맛이 나고 뒷맛은 은은한 단맛이 난다. 또 다른 대표 요리는 멍게비빔밥이다. 생 멍게살을 밥에 넣어서 만든다. 바닷가 지역에선 멍게를 이용해 젓갈을 담근 멍게젓을 이용해 비벼 먹는다. 염장한 멍게젓의 간이 세기 때문에 초장 같은 부수적인 소스 없이 그냥 밥에 비벼 먹어도 충분하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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