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타맨' 감독 “김새론, 술을 물컵에 따르던 모습...가슴 아프더라”
2025-05-22 13:52
add remove print link
고 김새론의 유작이 된 영화 '기타맨'
영화 ‘기타맨’의 주연이자 유작으로 남은 고 김새론을 떠올리며, 함께 작품을 만든 배우 겸 제작자 이선정(55)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선정은 성원제약 대표로도 활동 중이며, 이번 영화에서는 연출과 각본, 제작, 음악 등 다방면을 맡아 영화에 깊이 관여했다.
“새론이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따뜻하고 프로페셔널한 배우였어요.”
이선정은 김새론과 함께한 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지난 2월, 김새론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이선정은 후반 작업을 이어갔다. 김새론이 생전 남긴 “꼭 이 영화를 극장에 걸고 싶다”는 바람을 기억하며, 고인의 유지를 지키기 위해 멈출 수 없었다는 그는 “관객들이 새론이를 각종 논란의 중심이 아닌, 연기자 김새론으로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영화 캐스팅 당시 김새론은 음주운전 사고 이후 긴 공백을 겪고 있었다. 대중의 차가운 시선이 따랐고, 일부 스태프는 ‘주연 배우 리스크’를 우려하며 출연을 만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선정은 김새론의 가능성과 진정성을 믿었다.
“처음엔 다른 배우를 생각했어요. 그런데 새론이를 처음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죠. 시나리오를 미리 꼼꼼히 읽고 왔고, 여러 연기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제시했어요. 작은 독립영화에 그 정도 열정을 보이기 쉽지 않잖아요. 너무 고마웠어요.”
촬영이 시작되자 김새론은 당시 병행하던 카페 아르바이트까지 멈추고 연기에 몰두했다. 이선정은 “현장에서 웃다가도 문득 혼자 있을 때면 힘겨운 모습이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촬영이 없을 때는 주로 차에 있었어요. 다 같이 식사하면서도 물컵에 술을 따르더라고요. 혹시라도 누가 볼까 봐.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짠했죠. ‘이걸 정말 다시 시작해야 하나’ 자책도 했겠죠.”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김새론은 현장에서 누구보다 집중력 있는 배우였다고 한다. 연기할 때만큼은 그가 겪은 시련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NG가 거의 없었어요. 연기할 때면 해맑게 웃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죠. ‘아, 이 사람은 연기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안타까워요. 더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 텐데.”
김새론의 부고를 처음 접했던 날을 떠올리며 이선정은 “그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더 깊이 들여다보지 못한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작곡이자 영화 OST인 ‘아픔 없는 세상’의 음원 수익 전액을 한국생명존중희망센터에 기부하기로 한 것도 그 마음에서 비롯됐다.
“그 아이는 이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데, 남은 사람들 사이에 여러 이야기들이 오가는 게 마음 아파요. 저는 그저 배우 김새론으로만 기억하고 싶어요. 그 마음을 담은 노래로 남기고 싶었고요. 그 노래로 개인적 이익을 얻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이선정은 영화 ‘기타맨’을 통해 관객들이 다시 한번 배우 김새론의 진심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고 김새론은 지난달 1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