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코앞에 두고 나온 '주한미군 감축 검토'가 일으킬 파장은...

2025-05-2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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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 전략 재편 상황서 주한미군 역할 재정의 불가피할수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무역 협상'서 협상력 높이려는 전략적 카드?

2024년 7월 4일 해병대 1사단이 주한미군 항공지원작전대 특임요원들과 경북 포항에 있는 훈련장에서 주특기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해병대1사단제공
2024년 7월 4일 해병대 1사단이 주한미군 항공지원작전대 특임요원들과 경북 포항에 있는 훈련장에서 주특기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해병대1사단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 검토는 단순한 병력 재배치를 넘어 동북아시아 전략 판도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 변곡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일부를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2만 8500명 규모인 주한미군에서 약 6분의 1에 해당하는 병력을 괌 등 인도태평양 내 다른 기지로 이동시키는 방안이 미 국방부 내에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검토안은 북한 문제에 대한 비공식 정책 검토의 일환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된다. 다만 아직 트럼프대통령 책상에 전달되지는 않은 상태다.

주목할 점은 이번 감축안이 완전한 철수가 아닌 '전략적 재배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기보다는 괌 등 인근 지역으로 이동시켜 인도태평양 내 전략 거점을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괌은 중국의 군사적 접근이 비교적 어려운 데 반해 역내 분쟁 지역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어 미군의 전략 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부터 지속적으로 언급해온 주한미군 감축 의지가 구체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현장 군 지휘관들의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병력을 줄이는 것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주한미군이 동해에서 러시아, 서해에서 중국, 그리고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뮤얼 퍼파로 인도태평양사령관 역시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적을 압도할 능력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할 경우 한반도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에 걸쳐 안보 불안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필리핀 등이 미군과의 긴밀한 안보 협력을 통해 자국 방어와 역내 전략적 영향력 유지를 꾀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주한미군은 오랫동안 한반도 내 전쟁 억지뿐만 아니라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는 핵심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미국의 전략적 고민은 복합적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향방과 미국의 군사 지원 지속 여부가 명확해진 이후에야 주한미군 병력 수준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미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은 사안의 복잡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해 최근 몇 년간 역내 군사 장비를 증강 배치하고 다국적 연합훈련을 강화하는 등 인도태평양 전략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재정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의 과거 발언들은 미국의 향후 방향성을 예측하게 한다. 그는 한국이 대북 재래식 방위 부담을 더 많이 져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동시에 필요할 경우 핵무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국을 방어해야 한다는 입장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자신의 X 계정에서 "주한미군 철수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대신 주한미군을 중국에 초점을 맞춘 방향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정책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시점에서 주요 외교안보 현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구체화될 경우 한국은 자체 방위 능력 강화와 함께 미국과의 새로운 안보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북한이 지난해 수십 년간 유지해온 평화적 통일 정책을 공식 폐기하고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주한미군 감축 논의는 더욱 민감한 사안이 됐다. 북한의 위협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미군 병력 감축이 한반도 억지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올해 초 아시아 순방에서 ‘전례 없는’ 전략 전환을 예고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억지력을 재건해야 한다는 그의 언급은 기존 전방 배치 위주의 억지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안보 협력 체계 구축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주한미군 감축 검토는 단순한 병력 조정을 넘어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 전체의 재편을 의미한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새로운 안보 환경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야 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미국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양국의 핵심 이익을 보호하면서도 역내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이 시점에 부상한 것은 단순히 군사적 고려 때문만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고,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주한미군 일부 철수 논의가 향후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무역 협상에서 미국이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 주한미군 감축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를 협상 테이블에 올림으로써 한국으로부터 경제적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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