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초토화...” 국내 확산돼 초비상 걸린 중국발 '해충'

2025-05-2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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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중국서 기류 타고 날아온 성충이 알을 낳아 부화
올해 발생 시기가 예년보다 2주 이상 빠르고 서식 밀도도 높아

중국 등지에서 편서풍을 타고 날아온 외래 해충이 국내 농경지에서 실제 피해를 유발하면서, 농가와 방역 당국이 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하루 만에 초토화’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경고 속에, 옥수수와 벼, 보리 등 주요 식량 작물에 대한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재구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재구성한 자료사진.

가장 위협적인 해충으로 꼽히는 건 ‘멸강나방’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 20일, 전남 화순의 한 옥수수 재배농가에서 멸강나방 유충 피해가 처음으로 신고됐다. 이는 4월 2일 충남 태안에서 성충이 확인된 지 7주 만이다. 당시의 예보가 현실화된 셈이다.

멸강나방은 왕성한 식욕과 빠른 번식력을 갖춘 대표적 비래해충으로, 알에서 깨어난 유충이 벼, 보리, 수수, 옥수수 등 곡물 작물의 잎과 줄기를 가리지 않고 갉아먹는다. 피해 시기가 빨라질수록 수확량 저하는 물론, 전체 재배지에 대한 확산도 급격하게 이뤄진다는 점에서 ‘조기 방제’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멸강나방 / 유튜브 'KBS대전 뉴스'
멸강나방 / 유튜브 'KBS대전 뉴스'

충남 서천 지역의 사례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최근 수확을 앞둔 밀 재배단지에서 멸강나방 유충이 발견되자, 서천군은 총 23만㎡ 규모의 재배지 전체에 대해 긴급 방제를 실시했다. 하지만, 14일 유충 발견 이후 진행된 방제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생존 개체가 다수 확인됐다.

한 밀 농가는 “퍼지면 3000평 한 필지가 단 하루 만에 초토화된다. 밤 사이에 작물을 전부 먹어치우는 정도”라고 심각성을 토로했다. 실제로 멸강나방 유충은 낮에는 토양에 숨고, 밤에 활발히 활동하며 식물을 파괴하기 때문에 초동 대응이 늦어질 경우 방제 효율이 급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해충은 지난달 말 중국 산둥성, 안후이성, 저장성 등지에서 발생한 성충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예년보다 발생 시기가 2주 이상 빨라진 데다 서식 밀도도 높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방역 당국은 전국 농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발 멸강나방 유입 / 유튜브 'KBS대전 뉴스'
중국발 멸강나방 유입 / 유튜브 'KBS대전 뉴스'

또 다른 주요 외래 해충으로는 열대거세미나방이 있다. 이 역시 4월 21일 제주 한림읍에서 올해 첫 성충 개체가 관측됐다. 성충 자체는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지만, 그 유충은 잎과 줄기, 열매를 가리지 않고 작물을 갉아먹는다. 특히 암컷 한 마리가 수천 개에 달하는 알을 산란할 수 있어,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발표한 ‘한-아시아 비래해충 예찰 협력사업’ 자료를 통해, 4월 말 기준 중국 내 피해 면적이 총 26만 헥타르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시 전체 면적(약 6만 헥타르)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열대거세미나방은 윈난성과 광둥성, 광시성 등에서, 멸강나방은 산둥성과 안후이성, 저장성을 중심으로 집중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농진청은 이러한 피해 지역에서 국내로 비래해충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전국 농가에 실시간 예찰과 적극적인 방제를 당부하고 있다. 채의석 농촌진흥청 재해대응과장은 뉴시스 등에 “비래해충 유충으로 인한 피해는 6월 중순부터 7월 상순 사이에 집중된다”며 “특히 볏과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는 수시로 포장을 확인하고, 의심 개체 발견 시 즉시 방제하거나 신고해야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KBS대전 뉴스

해충 정보 및 방제 지침은 농촌진흥청 농업기술포털 ‘농사로’ 누리집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방제 약제 정보는 농약안전정보시스템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유충이나 알이 발견되면 시·군 농업기술센터 또는 병해충 발생신고 대표 번호로 신속히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확산 초기인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방제 시기를 놓치면 단 하루 만에 재배지를 초토화할 수 있는 외래 해충의 확산을 막기 위해, 농가와 관계 당국의 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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