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때 실종됐는데…36년 만에 가족과 극적 상봉
2025-05-2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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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으로 수사 진행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족과 헤어진 한 남성이 36년 만에 극적으로 가족을 다시 찾았다.

올해 45세인 최모 씨는 1988년 아버지를 잃은 뒤 어머니마저 건강이 나빠지자 서울 강동구에 있는 고모 집에서 지내게 됐다. 그러던 중 1989년 5월, 초등학교 3학년이던 그는 갑자기 사라졌다.
당시 고모는 서울 강동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했고, 시간이 흐른 뒤 2022년 7월에는 최 씨의 어머니가 어렵게 모습을 드러내 다시 한 번 강서경찰서를 통해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이 사건은 2024년 2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로 이관돼 장기 실종사건으로 본격적인 재수사에 들어갔다.
수사팀은 최 씨가 다녔던 초등학교의 생활기록부를 시작으로 건강보험 가입 여부, 통신사 가입 여부, 정부 지원금 수령 여부 등 각종 공공데이터를 확인했고, 실종자가 무연고자일 수 있다는 가능성 아래 서울과 경기 지역 보호시설 52곳을 조사하며 무연고자 309명의 DNA를 채취했다.
또한 노숙인 보호시설을 찾아 수시로 확인했고, 홀트아동복지회를 포함한 관련 기관들을 통해 입양 여부도 살폈다. 아동과 노인 등 실종자의 지문, 사진, 보호시설 입소자 정보 등을 관리하는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도 적극 활용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경찰은 최 씨로 의심되는 인물을 39명으로 좁혔고, 보호시설 입소기록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 1명을 특정했다.
부산의 한 소년보호시설에 입소할 당시 남긴 아동카드 속 사진을 확보한 경찰은 이를 고모에게 보여줬고, 고모는 사진 속 인물이 최 씨가 맞다고 확신했다. 다만 해당 인물의 생년월일이 실제 최 씨와 달라 수사는 일시 중단됐다.
경찰은 이후 1980년생이면서 이름이 같은 95명을 다시 조사했고, 그 과정에서 최 씨가 1995년 ‘성본창설’을 통해 새로운 성씨와 생년월일을 등록한 사실을 확인했다. 성본창설은 부모 정보를 알 수 없는 경우 신분을 등록하기 위한 절차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경찰은 해당 인물이 최 씨가 맞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고, 지난달 가족과의 상봉을 주선한 뒤 사건을 종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