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6900마리뿐인데…한국서 무려 320마리 발견된 ‘이 동물’
2025-05-2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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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무인도서 320여 마리 서식 중인 멸종위기종
전 세계 개체 수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
전 세계적으로 약 6900여 마리만 남아 있는 멸종위기종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1호)가 국내 한 무인도에서 무려 320여 마리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 세계 개체수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로, 국내 서식지의 보존 가치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대전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천군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지난 23일 충남 서천군 마서면에 위치한 노루섬의 특정도서 지정 1주년을 맞아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천연기념물 제361호)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저어새 320마리의 서식을 공식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모니터링에는 충남연구원 정옥식 박사, 서천군 한흥현 환경보호과장 등 전문가 및 관계자 17명이 참여했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저어새 외에도 노랑부리백로 47마리의 서식도 함께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20년 첫 조사 당시 관측된 저어새 84마리 대비 약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2024년 5월 9일 진행된 전년도 조사에서는 저어새 245마리, 노랑부리백로 51마리,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제326호) 2마리, 매(천연기념물 제323-7호) 2마리 등이 관측된 바 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2022년부터 꾸준히 확인됐던 매의 개체는 발견되지 않아 관계자들의 추가 관찰이 요구되고 있다.
서천 노루섬의 생태적 가치는 더욱 두드러진다. 총면적 3,161㎡의 이 무인도는 서천군 마서면 죽산리에서 5.7km, 군산시 개야도에서 1.7km 떨어져 있으며, 저어새를 비롯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주요 서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김원규 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약 6900여 마리 밖에 되지 않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약 5%가 서천 노루섬에서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며, 관련 당국의 관심과 보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저어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EN) 등급으로 지정된 종으로 한국, 홍콩, 대만,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 동아시아 지역에 분포한다. 특히 번식은 주로 대한민국 서해안 갯벌 및 무인도서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한국의 저어새 서식지 보존이 곧 전 세계 저어새 보전의 핵심이라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저어새는 그 생김새와 생태 특성으로 인해 일반 대중에게도 익숙한 종이다. 하얀 몸통과 검정색 얼굴을 가진 독특한 외형, 머리 뒤로 길게 늘어진 깃털, 주걱처럼 넓적한 부리를 좌우로 저으며 먹이를 찾는 습성 등이 특징이다. 영어명인 'Black-faced Spoonbill' 역시 이러한 생김새에서 유래했다.
그동안 관찰된 저어새는 예민하고 경계심이 강한 성향을 지닌 종으로, 인간의 활동이나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서식지 보호는 단순한 생존 문제를 넘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과제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천군 노루섬에는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안내판조차 아직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홍성민 사무국장은 "서천군 노루섬은 특정도서로 지정된 지 1주년이 됐으나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를 보호하기 위한 특정도서 지정 안내판조차 없고, 관계당국의 뾰족한 보존 대책도 나오지 않아 국제 멸종위기종의 서식처가 훼손될까 두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서천 노루섬이 생태학적으로 갖는 가치를 재확인한 만큼, 향후 서식지 보전 정책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계 당국의 신속한 대응과 함께 지역사회와 협력한 보존 노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저어새는 지구상에 단 6900여 마리만 남은 귀한 생명이다. 그중 320여 마리가 서식하는 노루섬은 단순한 무인도가 아니라, 세계 자연유산의 일부로 보호받아야 할 생태적 보물섬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