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력에 좋다는 이유로…고향인 한국서 멸종당할 뻔한 새, 딱 한마리 번식 성공

2025-05-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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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최근 멸종위기종 3종 11마리 번식 성공

한국이 고향인 새가 일부 사람들의 무지로 멸종 위협에 처했다가 국내에서 최근 번식에 성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외딴 무인도에 주로 살면서 어부들의 무분별한 밀렵에 희생됐던 역사를 가진 이 새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윤기득 사진작가가 촬영한 저어새 / 울산광역시 제공
윤기득 사진작가가 촬영한 저어새 / 울산광역시 제공

서울대공원이 올해 멸종위기 토종동물 3종 11마리의 번식에 성공했다. 번식에 성공한 동물은 여우 5마리, 저어새 1마리, 낭비둘기 5마리다. 이 가운데 저어새는 전 세계 생존 개체수가 3000마리도 되지 않는 국제적인 보호종으로, 이번 번식 성공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저어새는 황새목 저어샛과에 속하는 조류로 몸길이 약 74cm에 달한다. 암수의 형태는 거의 차이가 없으며 몸 전체는 흰색이고 부리는 전체가 검은색으로 길고 끝이 주걱 모양이다. 다리 역시 검은색을 띠며 번식기에는 머리에 장식깃이 생긴다. 어린 새의 경우 부리는 검은빛이 도는 살색이고 날개 끝에는 검은 무늬가 있다.

이 새는 동아시아에서만 서식하며 우리나라 서해안의 무인도서와 인천 연안 등지에서 주로 번식한다. 겨울철에는 제주도와 서남해안의 습지, 하구에서 소수 무리가 월동하며 중국과 러시아에도 각각 한 곳씩 번식지가 있다. 특히 비무장지대와 그 인근 무인도, 인천의 인공섬은 주요 번식지로 알려져 있다. 지구상에서 저어새가 번식하는 곳은 주로 우리나라 서해안 무인도에 집중돼 있으며 우리나라가 고향인 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기득 사진작가가 촬영한 저어새 / 울산광역시 제공
윤기득 사진작가가 촬영한 저어새 / 울산광역시 제공

저어새는 3월부터 11월까지 서해안의 무인도서 또는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서식하며 일부 개체는 겨울철에 제주도에서 월동하기도 한다. 봄철 물을 가둔 논, 강 하구, 얕은 해안이나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벌, 작은 물웅덩이, 갈대밭 등지를 선호한다. 부리를 물에 담근 채 좌우로 저으며 걸어 다니며 작은 물고기, 개구리, 올챙이, 새우, 게 등 갑각류를 잡아먹는다. 번식기는 3월 말부터 시작되며 5월 하순에는 흰색 바탕에 흐린 자색과 갈색 얼룩점이 흩어진 알을 4~6개 낳는다.

국내에서는 임진강 하구부터 낙동강 하구, 제주도 성산포 일대까지 해안, 갯벌, 인근 하천, 농경지 등 다양한 지역에서 관찰된다. 홍콩, 대만,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도 분포하고 있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자료집에는 위기종(EN)으로 등재돼 있다. 전 세계 생존 개체수는 3000개체 미만으로 추정된다.

지난 3~4월 인천시 중구 운북동 일대 한 섬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I급 저어새의 모습 / 홍소산 영종환경연합 제공
지난 3~4월 인천시 중구 운북동 일대 한 섬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I급 저어새의 모습 / 홍소산 영종환경연합 제공

저어새는 1990년대 초반까지 무인도에서 번식하던 알이 일부 어부들에 의해 정력에 좋다는 속설로 채취돼 밀렵이 성행했다. 개체수가 가장 적을 때는 400여 마리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자들과 시민들이 번식지에 나무 재료를 넣고 둥지 터를 평평하게 만드는 등 환경 조성 활동을 벌였으며 민간 차원에서는 어민들에게 알을 채취하지 않도록 권유하고 동남아 지역 월동지 주민들에게 보호 요청을 해왔다. 그 결과 2021년 조사에서는 개체수가 약 5500마리로 늘어났다.

저어새의 생태는 행동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종도 송산유수지에서 관찰된 개체는 꼬리깃에 있는 미지선에서 기름을 묻혀 방수 기능을 높이는 행동을 자주 보였으며 새끼가 어미를 따라다니며 먹이를 달라고 보채는 모습도 관찰됐다. 어미는 처음에는 새끼의 독립을 위해 무심한 듯 행동하다가도 결국에는 먹이를 주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대공원이 올해 새끼 저어새 한 마리의 번식에 성공한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한 저어새의 생존과 복원에 우리나라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저어새는 단지 희귀한 조류가 아니라 우리 생태계의 일부이자 자연 보전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이번 번식 성공은 한 마리의 생명을 새롭게 탄생시킨 일일 뿐 아니라 지속적인 보호 활동의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다. 멸종 위기에 처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하며 저어새를 비롯한 다양한 종의 보전을 위해 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튜브, 새덕후 Korean Birder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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