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보다 훨씬 먼저 체계적으로 농사를 지었던 동물... 거대 농장까지 운영

2025-05-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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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열대우림서 잎꾼개미 소비하는 식물의 양, 소 소비량과 비슷

흰개미 더미 / 픽사베이
흰개미 더미 / 픽사베이

수천만 년 전부터 인간보다 먼저 농업을 시작한 생물이 있다. 바로 개미다. 이들은 지하 깊숙한 곳에 거대한 농장을 만들어 버섯을 재배해 주식으로 삼으며 살아간다. 개미의 농업 기술은 인간의 그것보다 훨씬 정교하고 효율적이다. 현대 농업 과학자들조차 놀라게 할 정도로 발달했다.

개미/ 픽사베이
개미/ 픽사베이

가장 대표적인 버섯 재배 개미는 잎꾼개미(Leafcutter ants)다. 이들은 중남미 열대우림 지역에 주로 서식하며, 학명으로는 아타(Atta)속과 아크로미르멕스(Acromyrmex)속에 속한다. 잎꾼개미는 이름처럼 나뭇잎을 잘라서 운반하는 모습으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이 잎을 직접 먹지 않는다. 대신 잎을 잘게 씹어서 퇴비를 만들고 그 위에 버섯을 키워 먹는다.

잎꾼개미의 농업 시스템은 놀라울 정도로 체계적이다. 일개미들은 각자의 역할에 따라 크기가 다르며, 이에 따라 맡은 업무도 달라진다. 큰 일개미들은 나뭇잎을 자르는 역할을 하고, 중간 크기의 개미들은 잘린 잎을 개미집으로 운반한다. 작은 일개미들은 운반되는 잎 위에 올라타서 기생충으로부터 동료들을 보호하는 보디가드 역할을 한다. 가장 작은 개미들은 개미집 안에서 잎을 더욱 잘게 씹고 침과 섞어서 버섯 재배용 배지를 만든다.

이들이 재배하는 버섯은 레우코아가리쿠스(Leucoagaricus) 속에 속하는 특별한 종류다. 이 버섯은 야생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오직 개미집 안에서만 자란다. 개미와 버섯은 오랜 세월에 걸쳐 공진화를 거듭해 왔으며, 서로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완전한 공생 관계를 이뤘다. 버섯은 개미가 제공하는 영양분으로 자라며, 개미는 버섯의 특정 부위인 곤지디아(gongylidia)라는 부풀어 오른 균사 끝을 먹는다.

잎꾼개미 외에도 여러 종류의 개미가 버섯 농업에 참여한다. 아틀타 테사노룸(Attine ants)으로 불리는 개미들은 잎꾼개미보다 더 원시적인 형태의 농업을 실시한다. 이들은 나뭇잎 대신 곤충의 배설물, 썩은 나무, 꽃잎 등 다양한 유기물을 수집해서 버섯 재배에 사용한다. 시포미르멕스(Cyphomyrmex)속의 개미들은 꽃잎을 주로 사용하며, 트라키미르멕스(Trachymyrmex)속의 개미들은 각종 식물 찌꺼기를 활용한다.

개미 / 픽사베이
개미 / 픽사베이

개미의 버섯 농장은 지하 수m 깊이에 위치하며, 복잡한 터널과 방으로 이뤄져 있다. 큰 잎꾼개미 군락의 경우 농장의 크기가 가로세로 각각 30m, 깊이 7m에 달하기도 한다. 이 거대한 지하 도시에는 수백만 마리의 개미가 살며,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농장 내부의 온도와 습도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며, 이는 버섯이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개미들의 농업 기술은 현대 인간의 농업보다도 앞선 면이 많다. 이들은 잡초에 해당하는 다른 균류가 농장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특별한 항생물질을 분비한다. 개미의 몸에는 스트렙토마이세스(Streptomyces)라는 세균이 공생한다. 이 세균이 만드는 항생물질이 해로운 균류를 제거한다. 이는 인간이 항생물질을 발견하기 훨씬 전부터 개미가 사용해 온 기술이다.

또한 개미들은 완벽한 재활용 시스템을 갖췄다. 시들어버린 버섯 찌꺼기는 농장 밖으로 운반돼 퇴비로 재활용되며, 이렇게 만든 퇴비는 다시 새로운 농장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농장에서 나오는 모든 폐기물은 완전히 재활용되어 낭비가 전혀 없다.

개미의 버섯 농업은 단순히 먹이를 얻기 위한 것을 넘어서 복잡한 사회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새로운 여왕개미가 결혼 비행을 떠날 때는 반드시 버섯 균사의 일부를 입 안에 넣고 가져간다. 이는 새로운 군락을 세울 때 농장을 시작하기 위한 종균이다. 이 버섯 균사를 잃어버리면 새로운 군락 건설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연구자들은 개미의 농업 기술을 연구해서 인간의 농업에 응용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항생물질을 이용한 병해충 방제 기술과 완전한 재활용 시스템은 지속가능한 농업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개미가 사용하는 버섯의 유전자를 분석해 새로운 식용 버섯 품종을 개발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개미의 버섯 농업은 약 5000만 년 전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인간이 농업을 시작한 1만 년 전보다 훨씬 앞선 시기다. 개미들은 이 오랜 시간 동안 농업 기술을 완성해 왔다. 현재도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농부로 남아 있다. 중남미 열대우림에서 잎꾼개미가 소비하는 식물의 양은 전체 식물 생산량의 약 15%에 이른다. 이는 소가 소비하는 양과 비슷한 수준이다.

개미 / 픽사베이
개미 / 픽사베이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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