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마리 서식 추정…서울·인천·제주 도심까지 출몰한 '위험 동물' 정체
2025-05-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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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출몰해 시민 안전 위협하는 야생 동물
서울 시내 산간 지역 200여 마리, 제주 중산간 지역 2000여 마리. 최근 전국 도심 곳곳에서 위험한 야생 동물이 빈번히 출몰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닭장을 부수고 침입해 가축을 습격하고, 등산객을 향해 달려들며, 심지어 소까지 공격하는 이 동물의 정체는 바로 야생화된 들개다. 한때 사람과 함께 살던 반려견이 유기된 후 야생에서 번식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도 중산간 지역, 2000여 마리 들개 서식 추정
25일 제주도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이달 14일 오전 11시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서 야생화된 개 2마리가 민가 닭장 울타리를 파괴하고 침입해 가금류를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를 당한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자치경찰은 전문 포획장치를 활용한 유인작전을 전개해 이틀 만에 포획에 성공했다.
포획된 들개들은 관련 법규에 따라 유기견 보호시설로 이관 처리됐다. 제주도 당국이 실시한 '중산간 지역 야생화된 들개 서식 실태조사 및 관리방안' 연구 결과에 의하면, 현재 해발 300~600미터 중산간 일대에 대략 2천여 마리의 야생개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야생개로 인한 재산 손실도 상당한 수준이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총 158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으며, 경제적 손실액은 1억 6700여 만 원에 이른다. 주요 피해 대상은 닭, 거위, 염소, 토끼 등 소규모 가축이지만, 집단 사냥 습성으로 인해 체구가 큰 소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제주자치경찰 동부행복치안센터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총 131마리의 야생개를 포획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영철 동부행복치안센터장은 "들개 출몰로 인한 가축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포획 활동과 순찰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들개 출몰 시 대처요령과 신고방법 등을 적극 안내하며 예방활동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시내 산지에도 200여 마리 서식
제주 뿐 아니라 수도권 지역에서도 유사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시내 산간 지역에는 약 200여 마리의 야생화된 개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주로 유기된 후 자연 번식을 통해 개체수가 증가한 2세대 야생개들로,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극도로 높고 공격적 성향을 보인다.
겨울철 먹이 부족 시기가 되면 이들은 산간에서 주거지역으로 내려와 주민들과의 마찰이 빈발한다. 관악구 일대에서는 과거 식용으로 사육되던 개들이 산중으로 방사되어 야생화된 사례도 다수 확인된다.
서울대학교 인근 지역에서는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야생개 출몰이 반복되어 대규모 포획 작전이 수차례 실시됐으나, 근본적인 개체수 감소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인천 검단신도시, 올해만 들개 관련 민원 73건 접수
인천 지역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심각하다. 검단신도시를 비롯한 인천 서구 일대에서 야생개 출몰로 인한 주민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인천 서구에만 야생개 관련 민원이 73건 접수되는 등 안전 위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3년간 통계를 보면 인천 10개 군·구에서 야생개 포획 실적이 100마리에서 429마리로 급속히 증가했다. 특히 공원과 같은 공공시설에서 야생개 무리가 시민들을 향해 위협적으로 접근하거나 추격하는 사례들이 빈번히 보고되고 있다.
등산객·주민에게도 위험...제주에선 올레길·둘레길까지 위협
야생화된 들개들은 단순히 가축만을 노리지 않는다. 제주도의 경우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올레길, 한라산 둘레길, 오름 등에서 등산객이나 방문객과 마주쳐도 회피하지 않고 공격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원래 가정에서 기르던 반려견이었지만 유기된 후 야생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공격성을 획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도심 인근 숲과 들판을 배회하며 인간에게도 위험한 존재가 되고 있다.
전문가가 조언하는 야생 들개와 마주쳤을 때 대처법
야생 들개와 마주쳤을 때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개와 직접적인 시선 접촉을 피할 것을 강조한다. 눈을 마주치는 행위는 도전 신호로 인식되어 공격성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큰 소리를 내거나 갑작스럽게 도망치는 행동도 금물이다. 대신 등이나 옆면을 보이며 천천히, 차분하게 후진하거나 우회로를 이용해 이동해야 한다. 소지한 가방 등의 물건을 활용해 개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거리를 확보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만약 야생 들개가 돌진해올 경우에는 목과 복부 등 주요 부위를 보호하며 땅에 엎드려 신체를 최대한 작게 만들어야 한다. 가방 등 물건이 있다면 개가 그 물건을 물도록 유도해 시간을 벌 수 있다.
무리를 이뤄 공격해올 때는 나무나 벽 등에 등을 대고 넘어지지 않도록 방어 자세를 취해야 한다. 가능한 상황이라면 주변에 구조 요청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림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상처 치료와 파상풍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야생 들개 문제는 단순한 동물 관리 차원을 넘어 시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체계적인 포획 시스템 구축과 함께 주민 대상 안전교육 강화, 유기견 발생 예방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