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양 살해 초등교사 명재완, 첫 재판에서 “정신감정 해달라”
2025-05-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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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피해자 측 “사형 선고 바란다”
명재완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영리약취·유인 등) 등의 혐의 1심 첫 공판은 26일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김병식) 심리로 진행됐다. 이날 명재완은 자신의 인적사항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 담담하게 답했고, 자신의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명재완은 피고인석에서 별다른 감정 표현 없이 재판에 임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명재완이 범행 전부터 정신질환과 우울증을 앓아왔으며, 그 상태가 범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명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감형을 목적으로 정신감정을 요청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은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전한다”며 “피고인이 형을 면하거나 감형받기 위해 정신감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왜 이런 범행에 이르게 됐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명재완 측은 평소 환청이나 이상행동을 보였다는 남편의 진술을 토대로 감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명재완이 범행을 계획하고 도구를 미리 준비한 정황이 있더라도 정신장애로 인한 판단력 부족이 인정된 판례가 있다며 이를 언급했다. 변호인은 “일부 증거에 대해 명재완가 심신장애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한 기존 정신감정 결과를 반박한다”며 추가 감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정신감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명재완이 평소 충분히 일상생활과 직장생활을 수행할 수 있었고, 인지기능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정신과 전문의의 판단을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명재완이 범행 전 인터넷으로 흉기를 검색해 구매했고, 시청각실이라는 외부인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사전에 물색했으며, 학생이 귀가하던 시간대에 맞춰 유인한 점 등에서 계획범죄임이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과 자료들을 근거로 명재완이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한 전문의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심신장애 상태였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피고인이 주장하는 정신감정의 필요성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다음달 30일에 정신감정 채택 여부를 결정하고, 피해자 유족에 대한 증인신문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또 검찰이 청구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에 대해서도 심리할 계획이다.
이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 유족은 피고인 측의 감형 시도 가능성에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 김하늘(8) 양 측 법률대리인인 김상남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수사기관에서 이미 정신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법정에서 새삼 감정을 요구하는 건 감형을 위한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이후 지금까지 피고인 측에서 유족에게 별다른 연락이 없다가 법정에서 처음 사과의 뜻을 밝히는 것도 형을 줄이기 위한 제스처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하늘 양 측은 또 명재완의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에 전국에서 3500명이 서명해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명재완에게 사형이 선고되길 바라고 있으며, 이번 사건의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피해자 변호인은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법정형이 절반으로 감형될 수 있어 유족 입장에선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명재완은 지난 2월 10일 오후 5시쯤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시청각실 내 창고에서 1학년 김하늘 양을 유인한 뒤 사전에 준비한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당시 돌봄교실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검찰 수사 결과 명재완은 범행 전부터 교내 연구실에서 컴퓨터를 발로 차 부수고, 동료 교사의 목을 감고 세게 누르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여왔다. 검찰은 명재완이 복직 이후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정불화, 소외감 등을 겪다가 내면의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물색했고, 결국 자신보다 약자인 초등학교 저학년 여학생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를 ‘이상동기 범죄’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서 명재완의 정신감정 여부, 피해자 유족 진술, 전자장치 부착 명령 등 사건의 핵심 쟁점들을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