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교단 비극”…세종에 울려 퍼진 추모의 침묵
2025-05-2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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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교육청 로비에 고 현승준 교사 추모공간 마련
“교권 침해 반복 막아야”…6월 14일 대규모 집회 예고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교사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종에서도 또 하나의 비극을 기리는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다. 세종교사노동조합은 최근 제주 중학교 교사의 사망 사건을 애도하며, 세종시교육청 1층 로비에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고 현승준 교사는 지난 5월 21일,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학부모의 지속적인 악성 민원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는 2023년 발생한 서이초 사건과 유사한 교권 침해 사례로, 여전히 현장 교사들의 고통이 해결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종교사노조는 비보를 접한 직후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세종시교육청과 협력해 지역 내 추모공간 설치에 나섰다. 27일 오전 집행부가 직접 추모공간을 설치했으며, 같은 날 오후 집행부 전원이 헌화에 참여했다.
김미나 집행위원장은 “서이초 선생님의 비극적 죽음을 기억하며 함께 눈물 흘렸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또 다시 같은 비극이 반복된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교사들이 겪는 악성 민원과 심리적 스트레스의 고통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애리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 부족을 지적했다. “서이초 사건 당시에는 교육부 앞 추모공간에 전국 각지에서 조문객이 몰렸지만, 이번 사건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세종교사노조는 동료 교사와 시민들의 추모 참여를 요청하며 교권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온라인에서도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세종교사노조는 ‘온라인 추모관’을 통해 고인을 기릴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교사노동조합연맹과 함께 순직 인정을 위한 서명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는 현장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을 촉구하는 취지다.

김예지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교사의 죽음에 무뎌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두가 연대해 교권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세종교사노조와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오는 6월 1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故 현승준 교사 추모 및 교육노동환경 대변화 요구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슬픔을 넘어 분노로, 분노를 모아 행동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안전하고 존중받는 교육환경 구축을 위한 법적·정책적 변화를 촉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