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4초씩 1만 번 존다…이름도 생김새도 특이한 '이 동물' 정체
2025-05-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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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펭귄의 놀라운 수면 전략
하루에 4초씩 1만 번 조는 동물이 있다. 바로 '턱끈펭귄(학명 : Pygoscelis antarcticus)'이다.


턱끈펭귄은 남극대륙과 사우스샌드위치제도, 사우스오크니제도, 부베 섬 등에서 서식하며 몸길이는 약 68cm, 몸무게는 약 6kg다.
얼굴에 턱을 가로지르는 검은 색의 얇은 띠 무늬가 있어 '턱끈펭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등과 머리, 꼬리는 검은색이고 얼굴과 배는 흰색이며 날개의 바깥면은 검은색, 가장자리는 흰색이다. 부리는 짧은 편으로 검은색이다.
턱끈펭귄은 펭귄 중에서도 공격적인 성향이 두드러지며 꽤 많은 천적을 둔다. 물떼새와 갈색도둑갈매기는 알과 새끼를 공격하며 레오퍼드바다표범은 성체를 노린다. 크릴새우, 새우, 생선 등을 먹이로 삼으며 수명은 15~20년으로 알려져 있다.

◈ 하루에 4초씩 1만 번 조는 펭귄이라고?
이원영 극지연구소(KOPRI) 박사와 폴-앙투안 리브렐 프랑스 리옹 신경과학 연구센터 박사팀은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남극 턱끈펭귄이 하루 1만 번 이상의 미세수면을 통해 매일 11시간 이상 잠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023년 12월 밝혔다.
미세수면은 사람의 경우에도 잠을 깊이 자지 못할 때 경험할 수 있는데 수업 시간에 꾸벅거리는 것이나 운전 중 깜빡 조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남극 킹 조지 섬에 있는 한국 극지연구소에서 펭귄의 행동을 연구하던 이원영 박사는 2014년 처음 펭귄들이 거의 자지 않거나 자주 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이원영 박사와 연구팀은 14마리의 펭귄에게 뇌파(EEG) 측정기와 잠수기록계, 가속도계, 지피에스(GPS) 장치 등을 부착해 최대 11일 동안 행동과 수면 등을 관찰했다.
기록 분석 결과 턱끈펭귄의 일상은 알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둥지에 남아있는 시간과 바다에 나가 먹이 활동을 하는 시간으로 나뉘었다. 바다로 이동하는 시간은 약 9시간이 걸리며 먹이 활동을 마치고 다시 새끼를 위해 교대하는 시간은 평균 22시간 정도였다.
펭귄들은 먹이 사냥 중에는 거의 잠을 자지 않지만 둥지에 돌아오면 하루 절반 가까이 졸면서 보냈다. 평균 4초에 한 번씩 미세수면을 1만 번 이상 반복하며 하루 11시간을 자는데 소요했다.
연구진은 턱끈펭귄이 하루 한 번에 긴 시간을 자지 않고 하루 1만 번 조는 식으로 잠을 자더라도 한 번에 평균 4초 동안만 졸기 때문에 항상 깨어 있는 것처럼 둥지에서 새끼의 안전을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영 박사는 "사람은 깊은 잠을 의미하는 '느린 뇌파 수면(서파 수면)'에 접어드는 데 오래 걸리지만 턱끈펭귄들은 단 몇초의 미세수면에서도 순식간에 서파 수면에 도달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런 미세 수면이 누적돼 장기간 잠을 자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면 동물 종들이 지속적인 경계가 필요한 생태 환경에 적응하는 전략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 수은 농도가 타 펭귄의 9배라고?
2024년 미국 루트거스대학교 연구진은 남극 펭귄의 수은 오염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게재했다. 해당 학술지에는 지구상 가장 청정한 곳으로 꼽히는 남극조차도 수은 오염이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연구진이 서남극 앤버스 섬 근처 번식지에서 수십한 아델리펭귄, 젠투펭귄, 턱끈펭귄의 깃털에서 수은 농도를 분석한 결과 아델리펭귄은 수은 농도가 평균 0.09 μg/g, 젠투펭귄은 평균 0.16 μg/g으로 낮았다. 반면 턱끈펭귄은 평균 0.80 μg/g으로 최대 9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턱끈 펭귄의 '겨울 이동 경로' 차이에서 비롯된다. 턱끈펭귄은 번식기를 바친 뒤 북쪽으로 멀리 이동해 먹이를 찾기 때문에 연구진은 이들이 머무는 해역에 수은이 더 많이 퍼져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