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맛있어서 일본으로 전량 수출까지 할 정도…고급 산나물로 평가되는 뜻밖의 '나물'

2025-05-27 17:27

add remove print link

지리산의 비밀스러운 봄 별미

한때 전량이 일본으로 수출될 만큼 귀하게 여겨졌다던 산나물이 있다.

들메나물 조리하는 모습. / 유튜브 '산청군농협'
들메나물 조리하는 모습. / 유튜브 '산청군농협'

바로 '들메나물'이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들메나무의 어린 순, 즉 들메나물은 지역에 따라 '들미순'이라 불리며 지리산과 경남 내륙 산지에서 최고의 봄나물로 손꼽힌다. 두릅보다 귀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그 맛과 식감, 향에서 다른 산나물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들메나물은 봄철 짧은 기간에만 채취할 수 있는 새순으로, 데쳐서 먹으면 향긋하고 쌉싸래하며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다. 고기를 씹는 듯한 질감에 은은한 산내음이 어우러져 식욕을 자극한다. 이 독특한 풍미 덕분에 들메나물은 오랜 세월 동안 현지 주민들에게 귀한 별미로 취급됐다.

과거 지리산 인근 지역에서는 이 나물이 주요한 현금 수입원이었다고 한다. 들메나물은 수확기가 되면 중간상인들이 산지로 몰려와 전량을 매입했고, 이 나물은 일본으로 곧장 수출됐다. 당시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은 농기구를 사고, 자녀의 학비를 마련하는 데 쓰였다고 한다. 한 지역 주민은 '두릅 팔아서 들미순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귀함이 남달랐다고 회고했다. 들미순이 시장에 풀리기 무섭게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수요와 단가 모두 높았던 나물이었다.

들메나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들메나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들메나물과 들미순은 같은 식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학술적으로는 들메나무의 어린 순이며, 지역 방언이나 산나물꾼들 사이에서는 '들미순'이라는 명칭이 더 자주 쓰인다. 들메나무는 우리나라 산지에서 자생하며, 특히 토양이 깊고 습한 남부 산악지대에서 잘 자란다. 나무 자체도 목재로서 가치가 높지만, 봄철에는 이 어린 순이 별미로 각광받는다.

조리법도 다양하다. 막 수확한 들메나물은 데쳐서 무침이나 볶음으로 즐기며, 간장, 들기름, 깨소금 등 최소한의 양념만으로도 맛이 충분하다. 향이 강하지 않지만 특유의 향긋함이 살아 있어 다른 나물과 섞어도 조화를 이룬다. 또한 데친 들메나물을 말려두면 묵나물로도 보관이 가능해, 예전에는 귀한 손님이 올 때나 제사상에만 올릴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지리산 일대에서는 산나물의 품질을 따질 때 들미순이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무분별한 채취로 개체 수가 줄면서 한동안 보호 대상이 되기도 했으며, 현재는 산림청 주도의 조림사업 대상 수종으로도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생태적 가치뿐 아니라 경제적 가치까지 갖춘 식물로, 여전히 일부 농가에서는 들메나물을 채취해 판매하고 있다.

맛있게 조리된 들메나물. 자료사진.  / 유튜브 '산청군농협'
맛있게 조리된 들메나물. 자료사진. / 유튜브 '산청군농협'

최근 몇 년 새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들메나물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봄철 한정된 시기에만 맛볼 수 있다는 점, 전통적으로 귀한 손님상에 오르던 별미였다는 사실, 과거 일본 수출로 이어졌던 역사성 등은 들메나물의 가치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들메나물은 단순한 산나물을 넘어선다. 식재료이자 생계의 기반이었고, 계절이 선물하는 짧고도 귀한 자연의 산물이었다. 지금은 한 그릇의 별미로 소비되지만, 한때는 가난한 산촌 마을에 학비와 농기구를 안겨주던 효자 작물이었다. 잊혀져가던 산나물 한 종이 다시 주목받는 이면에는, 그 뿌리에 담긴 맛과 이야기, 한국의 봄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유튜브, 산청군농협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