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계 반항아…3시간 동안 탈출해 서울 도심 활보했던 '성질 사나운' 동물
2025-06-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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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서울어린이대공원 사바나얼룩말 탈출 사건

2023년 3월 23일 오후 2시 40분쯤 서울 광진구 능동에 있는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사바나얼룩말 '세로'가 사육장을 탈출해 약 3시간 동안 도심을 활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2005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아시아코끼리 6마리가 집단 탈출한 이후 18년 만에 벌어진 두 번째 동물 탈출 사건으로, 다행히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됐다.
당시 서울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한 세로는 2019년 6월생 수컷 사바나얼룩말로, 나무 데크를 부수고 사육장을 빠져나와 서울 광진구 구의동, 자양동, 중곡동 일대의 주택가와 도로를 누볐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신고가 잇따랐고 소방서, 경찰, 동물원 사육사들이 합동으로 포획 작전에 나섰다.
사건 당일 오후 6시 10분쯤 구의동 주택가 골목에서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마취총을 사용해 일곱 차례 근육 이완제를 투여한 끝에 탈출한 사바나얼룩말 세로를 생포해 트럭으로 동물원에 안전하게 복귀시켰다. 이 과정에서 세로는 차량 한 대와 충돌하고 일부 자전거를 파손했으나 다행히 큰 재산 피해는 없었다.

세로의 탈출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동물 복지와 동물원 관리 체계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세로는 2021년 어머니 '루루'와 2022년 아버지 '가로'를 연이어 잃으며 홀로 지내게 되면서 반항심과 외로움이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측은 세로가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인데 혼자 지내며 외로움을 많이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로는 탈출 후 당근 같은 간식을 거부하고 실내 기둥을 머리로 툭툭 치는 등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으나 시간이 지나며 건강을 회복해 다시 먹이를 잘 먹게 됐다.
사건 이후 서울어린이대공원은 세로를 한동안 공개하지 않다가 2023년 3월 29일 임시 철제 울타리를 설치한 후 다시 관람객에게 공개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울타리 소재를 목재에서 철제로 변경하고 높이를 1.7m에서 환경부 기준인 1.8m 이상으로 보강하는 등 시설 개선에 나섰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얼룩말 탈출 사건은 당시 SNS와 주요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얼룩말 세로의 외로움에 공감하며 동물원 환경 개선과 동물권 보호를 촉구했다. 일부는 세로를 아프리카로 돌려보내자는 의견도 냈다.
하지만 동물 전문가들은 세로 같은 교잡종이 야생에 적응하기 어렵고 종 보전에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서울어린이대공원은 세로에게 또래 암컷을 짝으로 맞아주는 계획을 세우며 동물 복지 개선을 약속했다.

사바나얼룩말은?
사바나얼룩말은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에 서식하는 초식동물로, 독특한 흑백 줄무늬가 특징이다. 이 줄무늬는 개체마다 고유해 지문처럼 식별 역할을 하며 포식자 혼란과 체온 조절에 도움을 준다.
사바나얼룩말은 평균 체고 1.2~1.4m, 체중 200~450kg이며 최고 시속 60km 이상의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사바나얼룩말은 그랜트얼룩말, 채프먼얼룩말 등 여러 종류로 나뉘며 교잡종도 많다. 의외로 성질이 매우 사납고 반항적이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지만 사람에게 쉽게 길들여지지 않아 가축화가 어렵다. 스트레스에 민감해 외로움을 느낄 경우 반항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