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예뻐서 꺾었다간 큰일…소백산 물들인 '멸종위기 꽃'

2025-05-2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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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6월 사이 항아리 모양의 붉은 꽃 피우는 멸종위기종
불법 채취 시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 가능성

5월의 끝자락, 소백산에 붉은빛 항아리 모양의 꽃이 고개를 들었다. 바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복주머니란(Cypripedium macranthos)’이다. 국립공원공단 소백산국립공원 북부사무소는 지난 23일부터 소백산 일대에서 복주머니란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시작했다고 28일 밝혔다.

소백산에서 개화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복주머니란 / 뉴스1(소백산국립공원 제공)
소백산에서 개화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복주머니란 / 뉴스1(소백산국립공원 제공)

복주머니란은 그 독특하고 아름다운 꽃 모양으로 인해 '요강꽃', '작란화', '포대작란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다. 이름처럼 항아리 모양의 꽃잎은 마치 고운 주머니를 연상케 한다. 키는 약 30~50cm, 잎은 3~4장이 나며 15~27cm의 길이에 11~17cm 폭을 가진다. 붉은빛 꽃이 일반적이지만, 백두산 일대에서는 흰색 꽃이 피기도 한다.

이 야생란은 우리나라 각지의 산지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으로, 매년 5월에서 6월 사이 꽃을 피운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개체 수가 급감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복주머니란은 토양 내 특정 균류와의 공생을 통해서만 생육이 가능해, 자생지 외에서는 생존이 어렵다. 이 때문에 서식지 보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실제로 산림당국은 복주머니란의 자생지를 특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소백산국립공원 북부사무소 또한 정기적인 서식지 모니터링과 보호시설 설치 등을 통해 복주머니란의 안정적인 서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복주머니란 군락이 자라는 구체적인 위치나 개체 수 등은 보호를 위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정길순 소백산국립공원 북부사무소 자원보전과장은 “복주머니란의 건강한 자생지 보전을 위해 탐방객들의 세심한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불법 채취 시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함부로 꺾으면 처벌 받을 수 있는 멸종위기종 복주머니란 / 뉴스1
함부로 꺾으면 처벌 받을 수 있는 멸종위기종 복주머니란 / 뉴스1

실제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복주머니란과 같은 멸종위기종을 허가 없이 포획하거나 채취하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예쁜 꽃이라고 함부로 꺾는 행동이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복주머니란은 단지 보기 드문 식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식물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보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복주머니란속(Cypripedium) 식물 대부분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Red List)에 등재되어 있을 만큼 국제적으로 멸종 위협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복주머니란, 털복주머니란, 광릉요강꽃 등 세 종이 자생하고 있다.

한때 복주머니란은 전국적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생란 중 하나였다. 하지만 무분별한 채취와 생육지 훼손, 지구온난화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복주머니란은 1997년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등록되며 국가 차원의 보호가 시작됐다.

복주머니란은 단순히 '귀한 꽃'이 아니라, 생태계의 건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종으로도 평가된다. 민감한 생육 조건과 생태적 특성 덕분에 복주머니란이 자라는 지역은 그 자체로 자연 생태계의 질이 높다는 의미다. 이는 곧 해당 지역의 생물다양성과 환경 보전의 성과를 반영하는 지표로서의 의미도 갖는다.

유튜브, KBS News

국립공원공단은 앞으로도 복주머니란을 비롯한 멸종위기종 보호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단기적인 보호 활동을 넘어 장기적인 생물다양성 보존 전략 속에서 이들의 서식지 환경을 보전하고, 대중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탐방객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백산을 방문하는 이들은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라, 이 생태계의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 꽃을 꺾지 않고, 서식지를 훼손하지 않으며, 안내된 탐방로를 벗어나지 않는 기본적인 에티켓만으로도 멸종위기 식물의 생존을 도울 수 있다.

복주머니란의 개화는 자연이 보내는 봄의 신호이자, 우리에게 생태계 보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메시지다. 우리의 작은 관심과 존중이 멸종위기 생물을 지키는 첫걸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운 자태의 복주머니란 / 뉴스1
고운 자태의 복주머니란 / 뉴스1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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