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곳곳에 흔한 이 나무, 알고 보니 달콤한 '설탕 나무'였다

2025-05-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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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액 졸여서 시럽으로 만들 수 있는 나무

신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신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산속을 거닐다 가을 단풍에 눈을 빼앗기는 순간이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붉게 타오르는 나무가 있다. 바로 신나무다. 수백 년 동안 우리 조상들이 약재와 차로 활용해온 귀한 식물이다.

신나무 / '국립공원내장산생태탐방원' 유튜브
신나무 / '국립공원내장산생태탐방원' 유튜브

신나무는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수다. 북동아시아 아무르 지역이 원산지여서 해외에서는 '아무르 메이플(Amur maple)'로 불린다. 높이 2~10m까지 자라는 작은 키 나무로 계곡 주변이나 산기슭의 습한 곳에서 잘 자란다.

신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잎 모양이다. 일반 단풍나무가 손바닥처럼 5~7갈래로 갈라지는 것과 달리 신나무는 3갈래로 갈라진다. 특히 가운데 갈래가 가장 길게 늘어져 있어 마치 긴 혀를 내민 듯한 독특한 모양을 만든다. 잎의 길이는 5~9cm, 폭은 3~6cm 정도다.

이 독특한 잎 모양 때문에 다른 단풍나무류와 쉽게 구별된다. 잎 양면에는 털이 없고 잎자루는 3~5cm 길이로 붉은색을 띤다. 가을이 되면 타는 듯한 밝은 빨간색 단풍으로 변해 다른 단풍나무보다 더욱 화려한 모습을 자랑한다.

신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신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꽃은 5, 6월에 가지 끝에서 원추꽃차례로 핀다. 황록색을 띠는 작은 꽃들이 아기 우산 모양으로 모여 향기를 풍긴다. 열매는 9, 10월에 익는 시과로 길이 2cm 정도다. 두 개의 날개가 거의 평행하거나 합쳐진 모양으로 헬리콥터 날개처럼 회전하면서 떨어진다.

신나무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숙한 나무다. 깊은 산보다는 사람들이 사는 곳 근처에서 자란다. 논둑이나 밭둑, 야트막한 야산 자락, 들판의 수로 둑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추위에 강해 한반도 전역에 걸쳐 자생하며 러시아, 일본, 중국 등지에도 분포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나무 수액은 고로쇠나무보다 훨씬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 평균 4.1L의 수액을 채취할 수 있어 고로쇠나무(2L)보다 2배 이상 많다. 성분도 더 좋다. 칼륨 함량이 18.52ppm으로 고로쇠 수액(8.4~9.2ppm)보다 2배 이상 높다. 반면 나트륨 함량은 0.94ppm으로 고로쇠 수액(11.6~15.7ppm)의 10분의 1 수준이다.

당도는 1.8브릭스. 고로쇠 수액(2.5브릭스)보다 낮지만 청량감이 뛰어나다. 한 번 맛본 사람들이 다시 찾을 정도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신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신나무의 이름은 흥미로운 유래를 갖고 있다. 한자어 '단풍(丹楓)'의 순우리말이 '싣'이었는데 이것이 변해 '신나무'가 됐단 얘기가 있다. 또 다른 설로는 '맛이 시다'고 해서 붙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옛 사람들은 이 나무의 아름다운 단풍 때문에 '색목(色木)'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싣나모'로 발음되다가 지금의 신나무가 됐다는 추정도 있다.

한방에서는 신나무를 '다죽초(茶槭草)' 또는 '다조아(茶條芽)'라는 약재명으로 사용한다. 뿌리껍질을 주로 약재로 쓰지만 줄기 껍질, 가지, 열매, 수액 등 나무 전체가 약성을 갖고 있다. 독성이 없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신나무는 거풍제습 작용으로 사지마비, 동통, 관절염에 효능이 있다. 소염 작용이 있어 각종 염증에 좋고 명목 효능으로 눈을 밝게 한다. 간 기능 개선과 신장 기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두통, 신경통 등 각종 통증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서는 신나무에 비타민C보다 항산화 효능이 뛰어난 메이플렉션 계열 물질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신나무 차를 마시면 녹차보다 훨씬 많은 항산화 효능을 얻을 수 있다. 노화를 늦추고 면역력을 증진하며 탄력 있는 피부 유지에 도움이 된다.

민간에서는 관절염, 허약체질, 치질, 위장병, 감기, 간질환, 설사, 신장병에 신나무를 약용으로 사용해왔다. 수액은 봄에 줄기에서 채취해 물처럼 마신다. 새순은 봄에 채취해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린 후 10g을 물 700ml에 넣고 달여 마신다. 줄기와 뿌리껍질은 여름부터 가을에 채취해 햇볕에 말린 후 같은 방법으로 달여 사용한다.

신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신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신나무 잎을 우려낸 물은 회흑색 염료로 사용됐다. 특히 스님들의 법복을 염색하는 데 사용해 검소하고 질박한 색깔을 냈다. 이는 신나무만의 독특한 특성으로 다른 염료로는 낼 수 없는 색이다.

신나무 차를 만들 때는 어린잎을 봄에 따서 그늘에서 말린 후 끓는 물에 우려내면 된다. 쓴맛이 약간 있지만 은은한 향이 있다. 기호에 따라 꿀을 넣어 마셔도 좋다. 수액은 2, 3월쯤 나무에 구멍을 뚫어 채취한다.

신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신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미국에서는 이미 설탕단풍나무와 함께 잘 알려진 수액자원이다. 신나무 수액으로 만든 시럽이 판매되고 있다. 산업화 가능성이 충분해 새로운 소득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나무 / '국립공원내장산생태탐방원'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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