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선물 투자자의 생생 후기 “재산에서 큰 비중도 아니었는데 온몸이 주전자처럼...”
2025-05-29 15:35
add remove print link
“돈이 무섭다는 말은 그냥 상투적으로 쓰는 관용어라고 생각했어”
자산이 많은 투자자가 크지 않은 비중으로 암호화폐(가상자산·코인) 선물 거래를 했다가 느낀 극심한 스트레스를 토로했다.

투자자 A 씨는 최근 디시인사이드 내 비트코인 갤러리에 '선물 거래해 보고 진짜 무서웠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여기엔 그가 한 가상화폐 선물 투자의 수익률이 심리적 지지선 밑으로 떨어졌을 때 느낀 감정이 생생하게 담겼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돈이 무섭다는 말은 그냥 상투적으로 쓰는 관용어라고 생각했어.
살면서 1000만 원대 돈을 날려본 적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지.
근데 내가 잡고 있는 포지션의 반대쪽에서 물량이 미친 듯이 밀려오고, 내가 설정해 둔 매도 구간이 하나씩 돌파당하더라. 결국 끝자리가 0인 숫자(심리적 지지선으로 추정) 바로 코앞까지 왔을 때 진짜 인생에서 한 번도 못 느껴본 공포를 느꼈어.
"여기선 멈추겠지, 여기까진 안 오겠지"
그런 안일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내 예상이 2번, 3번, 4번, 5번 깨져 나가고 계속 내가 설정한 돌파 구간을 넘었음을 알리는 알람이 시끄럽게 울렸어.
마침내 0마저 뚫렸을 때 이 시장이 얼마나 가차 없는지 깨달았지. 새벽 5시에 잠도 못 자고 모니터만 바라보는데 온몸이 미친 듯이 뜨거워지더라.
더운 게 아니라 그냥 전쟁터 한복판에 있는 사람처럼 몸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게 느껴졌어. 머리, 배, 목덜미, 팔, 다리 전체가 마치 스팀 주전자처럼 끓어오르더라.
결국엔 0을 넘자마자 바로 시장가를 누르고 몇 달 치 월급을 날려버렸는데, 그다음 날 거짓말처럼 다시 내가 원래 계획했던 그림(수치)으로 돌아와 있더라고.
그때 버텼으면 어땠을까, 그런 마음이 자꾸만 들긴 하는데
어차피 결과론적인 얘기고, 껄무새(~할 걸 반복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 같은 소리에 불과하지.
그냥 그때 상황은 몇 달 치 월급을 내는 한이 있더라도 빠져나오고 싶었거든. 청산가에 도달하면 내 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내 삶 전체가 붕괴될 것 같았어.
웃긴 건, 그 돈이 내 재산에선 그렇게 큰 비중도 아니었다는 거야. 근데 20만~30만 원이 초 단위로 갈려 나가는 걸 실시간으로 보고 있으면, 사람이 진짜 패닉이 오더라.
대체 이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공포에 떠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 누가 목에 칼을 대고 머리에 총을 겨눈다면 그런 끔찍한 기분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어. 그날 새벽 3시만 생각하면 아직도 몸이 뜨거워져.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 B 씨는 "나는 오늘 한 달 치 월급 비트코인 선물로 날려 버림. 잃은 거 만회하려고 더 고배율로 가다가 순식간에 청산당하더라. 앞으로 선물은 쳐다도 안 보려고. 그냥 비트코인에 장기적인 적립식 투자만 할 생각"이라며 공감했다.
누리꾼 C 씨는 "나도 모니터 앞에서 2만 달러가 30분 동안 천천히 증발하는 걸 봤었지. 물론 운이 좋아서 700달러로 시작해서 고배율만 해서 3만 달러 찍고 1만 출금해서 남은 걸로 한 거야. 고배 안 했으면 따지도 못했을 돈이라. 그 이후로 선물 계좌에 입금은 일절 안 하고 수수료 페이백 된 걸로 몇백달러 굴리다 청산당했어. 그러고는 그냥 원화 채굴하고 미국 우량주 사서 현생 사는 중이다. 이게 젤 나은 것 같다"라는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