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인데 2마리가 동시에…대낮 공원에 등장해 또 난리 난 '이 동물'

2025-05-3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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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생태계 수호자의 우아한 귀환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동물이 강원도 영월 금강공원에서 두 마리나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재구성한 자료사진. 소나무 위의 구렁이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재구성한 자료사진. 소나무 위의 구렁이들.

그 주인공은 바로 다름 아닌 '구렁이'다. 지난 4월 말부터 산책로 인근 소나무에서 연이어 관찰돼 관심을 끌었던 구렁이는, 최근 또다시 대낮에 나타나 시민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 28일 강원일보 등에 따르면 A 씨는 5월 12일 오후 4시 30분쯤 산책 도중 소나무 밑동에서 구렁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길이는 약 2m에 달했고, 이전에 봤던 구렁이보다 더 길고 마른 체형이었다.

A 씨가 주변 사람들과 함께 구렁이를 구경하던 중, 30여 분이 지나 또 다른 구렁이 한 마리가 그와 같은 장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두 마리는 서로를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잠시 연출한 뒤, 나무에 난 각각의 구멍 속으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등장은 금세 지역사회에 퍼져 전국 각지에서 유튜버와 사진가들이 몰려드는 진풍경으로 이어졌다. 시민들은 2007년 같은 장소에서 발견됐던 구렁이의 후손이거나, 서로 짝짓기를 준비하는 개체일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2025년이 을사년, 즉 푸른 뱀의 해라는 점과 맞물려 구렁이의 출현을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구렁이는 한때 전국적으로 쉽게 볼 수 있었던 대형 파충류였지만, 무분별한 서식지 개발, 도로 교통사고, 보신 문화로 인한 밀렵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2005년 멸종위기 Ⅰ급으로 지정됐다가 2012년부터 Ⅱ급으로 분류돼 여전히 보호가 필요한 동물로 관리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1월 구렁이를 '이달의 멸종위기종'으로 선정해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주로 산림, 하천 주변, 돌담, 농가 인근에 서식하는 구렁이는 독이 없는 온순한 뱀이다. 몸길이는 최대 2m 정도까지 자라며, 색상은 개체에 따라 갈색, 암갈색, 검은색 등으로 다양하다. 쥐, 다람쥐 같은 설치류를 주요 먹이로 삼고, 농가 주변에서는 해충을 줄여주는 '자연의 방역관' 역할도 한다. 국립생물자원관 역시 구렁이가 생태계는 물론 농경지에서도 이로움을 주는 동물이라 평가하고 있다.

자료사진. 구렁이.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뉴스1
자료사진. 구렁이.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뉴스1

민속적으로도 구렁이는 '집 지킴이' 혹은 '재산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구렁이가 집터에 나타나면 재물운이 들어온다고 해 함부로 쫓아내지 않았고,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인식 덕분에 비교적 친숙한 동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구렁이의 번식기는 5~6월로 알려져 있으며, 이 시기엔 짝을 찾기 위한 활발한 이동이 이뤄진다. 7~8월 사이엔 8~22개의 알을 낳고, 새끼들은 11월이면 다시 겨울잠을 자기 위해 바위틈이나 땅속으로 숨는다. 이번에 금강공원에서 목격된 두 마리의 구렁이는 바로 이 짝짓기 시기와 겹치는 시점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번식 활동을 위한 행동일 가능성도 있다.

영월군은 구렁이가 자주 나타나는 금강공원 주변에 포획 금지와 안전 안내 표지판을 설치해 꾸준히 관리해왔다. 동강 유역은 특히 구렁이 서식 밀도가 높기로 알려진 지역으로, 이번 출현은 단순한 목격을 넘어 멸종위기 생물이 실제로 살아 숨쉬는 환경을 시민들이 직접 확인한 사례로 의미가 크다.

금강공원을 중심으로 이어진 이번 구렁이 관찰은 멸종위기종 보전의 필요성을 다시 환기시키는 계기로 평가된다. 생태계 보호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지역사회와 전문가들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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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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