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깻잎·명이나물 다 아니다…삼겹살과 궁합 최고라는 대반전 '나물'
2025-05-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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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의 든든한 건강지의 놀라운 비밀
삼겹살과 곁들이는 쌈채소 하면 상추나 깻잎, 명이나물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최근 들어 그 조합의 판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봄철 한정적으로 유통되는 '곰취'가 삼겹살과의 궁합 면에서 과학적·영양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다. 곰취는 흔히 봄 산나물로 알려져 있지만, 지방이 많은 음식과 함께 섭취할 때 그 효과가 더욱 두드러지는 식재료다.

곰취는 강원도 등지에서 채취되는 제철 산나물로, 특유의 쌉싸름한 맛과 향이 특징이다. 유통 기간이 짧고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점, 그리고 향미가 호불호를 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상추나 명이나물처럼 대중적인 자리를 차지하진 못했다. 하지만 그 제한된 출현이 오히려 계절별 별미로서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삼겹살은 기름지고 풍미가 강한 부위로, 구이 방식 특성상 느끼함이 강하게 남는 단점이 있다. 곰취는 그런 삼겹살의 느끼함을 상쾌하게 잡아주는 식재료로 주목받는다. 입안의 지방 잔여감을 깔끔하게 정리하면서도 고기의 맛을 덮지 않고 오히려 풍미를 상승시킨다.
영양학적 측면에서도 곰취는 삼겹살과의 조합에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 곰취에는 비타민 A, C, 철분, 칼슘 등 필수 영양소뿐 아니라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같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곰취에 함유된 카페오일퀸산 등의 페놀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염증 반응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삼겹살 구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에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나 활성산소(ROS) 등 건강에 해로운 성분이 포함된다. 이들이 고기 표면에 흡착되거나 연기를 통해 체내로 유입될 경우, 세포 손상과 만성질환 유발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 곰취의 항산화 성분은 이처럼 체내로 들어온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데치거나 볶는 등 일반적인 조리 과정을 거친 이후에도 항산화 효과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곰취의 식이섬유는 삼겹살 섭취 후의 소화 과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방의 흡수를 일부 억제하고 장내 연동운동을 촉진해 소화불량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더불어 곰취는 전통적으로 기침, 감기, 천식 등 호흡기 질환 완화에 사용돼 온 약용식물이기도 하다.
물론 곰취를 먹는다고 해서 삼겹살을 구울 때 발생하는 유해 연기의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곰취는 체내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식품일 뿐, 연기 흡입 자체의 폐 손상이나 발암물질 해독 효과까지 기대할 수는 없다. 따라서 삼겹살을 먹을 때는 충분한 환기, 연기 흡입 최소화 등 안전한 조리 방식도 병행돼야 한다.
곰취는 상추처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채소는 아니지만, 봄철만큼은 주연으로 떠오를 만한 식재료다. 제철인 4~6월의 곰취는 삼겹살의 느끼함을 줄이고,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풍부한 향으로 고기와의 조화를 완성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