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자 4명 전원 사망…포항서 추락한 해군 초계기, 블랙박스 발견

2025-05-30 12:15

add remove print link

경북 포항에서 훈련 중이던 해상초계기 P-3 추락, 탑승자 4명 모두 사망

지난 29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해상초계기 추락 사고로 탑승자 4명이 모두 숨진 가운데, 해군이 사고기 블랙박스(음성녹음저장장치)를 현장에서 회수했다고 30일 발표했다.

군 항공사고 조사관들이 3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야산에 추락한 해군 대잠 해상초계기 사고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뉴스1
군 항공사고 조사관들이 3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야산에 추락한 해군 대잠 해상초계기 사고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뉴스1

해군에 따르면 포항 해군기지 인근 야산에 추락한 P-3 해상초계기에서 블랙박스가 발견돼 30일 오전 수거 작업을 완료했다. 이 장치에는 기내에서 조종사들이 나눈 대화 내용이 기록되어 있어 사고 경위 파악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기는 당시 조종사 기량 향상을 목적으로 한 이착륙 반복훈련을 수행하던 중이었다. 이 훈련은 활주로에서 이륙한 뒤 선회하여 활주로를 가볍게 접촉한 후 다시 상승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군 측은 사고기가 추락 직전까지 관제소와 원활한 통신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최종 교신은 추락 1분 전인 오후 1시 48분에 이루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긴급상황을 알리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고기는 계획된 3차례 훈련 중 첫 번째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두 번째 훈련을 위해 우측으로 방향을 틀던 순간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후 1시 43분 이륙한 항공기는 약 6분 후 원인 불명의 이유로 기지 주변 산지에 충돌했다.

포항기지 관제요원은 육안 관측과 레이더를 통해 사고 발생을 즉시 파악했으며, 2분 후인 오후 1시 51분 해군 항공사령부 지휘통제실에 상황을 보고했다. 해군은 곧바로 항공대와 해병대 1사단 소속 소방차량 5대, 구급차 5대를 사고 현장으로 긴급 투입했다.

지난 29일 경북 포항 남구 동해면 야산에 추락한 해군 해상초계기 (P-3C) / 뉴스1
지난 29일 경북 포항 남구 동해면 야산에 추락한 해군 해상초계기 (P-3C) / 뉴스1

사고기는 2010년 해군에 도입된 노후 기체로 내년인 2030년 퇴역 예정이었다. P-3 기종의 일반적인 운용 기간은 부품 교체와 정기 점검을 거쳐 20~3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해당 항공기는 2021년 2월부터 8월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대규모 창정비를 받았으며, 올해 연말 다시 창정비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창정비는 통상 4년 반 주기로 실시되며, 기체와 골조, 각종 부품의 부식 및 균열 상태를 점검하는 285개 항목의 검사가 포함된다. 사고기는 올해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야전정비를,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부대 차원의 정비 작업을 완료한 상태였다.

해군은 사고 당시 포항기지의 기상 조건이 양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떼와의 충돌,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 난기류 등 외부 요인에 의한 사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종합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승무원은 정조종사 박진우 소령, 부조종사 이태훈 대위, 전술사 윤동규 중사, 전술사 강신원 중사 4명이다. 해군은 30일 오전 해군본부 보통전공사상 심사위원회를 통해 이들을 순직으로 인정했다.

해군은 국방부에 순직자들의 일계급 특진을 건의할 방침이며, 포항 항공사령부 체육관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영결식은 다음 달 1일 해군장으로 거행되며, 고인들은 이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해군은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항공기 잔해를 해군 항공사령부로 이송하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합동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운용 중인 모든 항공기의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P-3 해상초계기에 대해서는 특별 안전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해군 측은 "다시 한번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이번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