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만졌다가 화들짝…한국 계곡서 발견된 '소리 내는' 물고기 정체

2025-05-3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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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운호저수지 인근 계곡에서 진행된 생물 조사에서 발견된 물고기

전라북도 운호저수지 인근 계곡에서 진행된 생물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 소리를 낼 수 있는 물고기가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전라북도 운호저수지 인근 계곡에서 진행된 생물종 조사 현장 / 유튜브 '지식인미나니'
전라북도 운호저수지 인근 계곡에서 진행된 생물종 조사 현장 / 유튜브 '지식인미나니'

과학 유튜버 '지식인미나니'는 최근 국립생태원 자연환경조사팀과 함께 계곡 생물종 조사에 나선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조사팀은 투망을 이용해 계곡에서 다양한 생물종을 포획했고, 그중 '동자개'라는 물고기도 소개됐다. 이 물고기는 일반적으로 '빠가사리'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으며, 매운탕 재료로 자주 사용되는 친숙한 어종이다.

동자개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위협을 느끼거나 화가 났을 때 특별한 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국립생태원 조사관은 "화가 나면 '지지직', '꽉꽉꽉' 소리를 낸다. 지금도 '빠각빠각' 이런 소리가 나지 않나. 만져보면 핸드폰이 진동하는 것처럼 징징 울린다"라고 설명했다.

조사팀이 국내 계곡에서 포획한 동자개 / 유튜브 '지식인미나니'
조사팀이 국내 계곡에서 포획한 동자개 / 유튜브 '지식인미나니'

동자개는 가슴지느러미에 있는 단단한 가시를 몸통과 마찰시켜 '빠각빠각' 또는 '딱딱딱' 하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핸드폰 진동과 유사한 '드르르' 소리가 나기도 한다. 부레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단단한 가슴지느러미 가시를 몸에 비벼서 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동자개는 이런 소리와 함께 독성 가시로 자신을 보호한다. 조사관은 "얘는 무서운 게 (지느러미) 끝에 가시가 있다. 가시에 독샘이 있어서 찔리면 굉장히 아프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여기 가슴 지느러미도 한번 만져보시라"는 조사관의 말에 맨손으로 지느러미를 만져본 유튜버는 톱니 같은 거친 감촉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위협을 느끼면 독특한 소리를 내는 동자개 / 유튜브 '지식인미나니'
위협을 느끼면 독특한 소리를 내는 동자개 / 유튜브 '지식인미나니'

조사관은 "가슴지느러미에 톱니처럼 거치(톱니 모양의 돌기)가 있다. 이게 공격할 때 쓰는 무기"라며 "머리 부분에는 4개의 수염이 달려있다"고 동자개의 외형적 특징을 설명했다. 머리 부분에 달린 수염은 어둠 속에서 먹이를 찾고 장애물을 감지하는 센서 역할을 한다.

동자개는 한국 전역의 계곡과 하천에서 흔히 발견되는 토종 민물고기다. 메기목 동자개과에 속하며, 일반적으로 15~25cm 크기로 자라고 최대 30cm까지 성장한다. 몸은 납작하고 주둥이가 뾰족한 형태를 띠며, 머리 위쪽에 치우쳐 있는 눈과 몸 옆면의 3개 갈색 무늬가 특징적이다.

동자개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공식 사이트
동자개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공식 사이트

생태적으로 동자개는 전형적인 야행성 어류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대표적인 물고기로 낮에는 돌 틈이나 바닥에 숨어 지내다가 밤이 되면 먹이 활동을 시작한다. 유속이 느리고 바닥에 모래나 진흙이 깔린 하천 중·하류, 호수, 저수지 등을 서식지로 선호한다.

먹이는 주로 물속 곤충, 갑각류, 어린 물고기, 물고기 알 등을 섭취한다. 5월부터 7월까지가 산란기이며, 이 시기에는 수컷이 직접 산란장을 조성하고 알과 새끼를 보호하는 독특한 습성을 보인다.

동자개가 소리를 내는 행동은 주로 방어 반응의 일환이다. 포식자나 외부 위협을 감지했을 때 '빠각빠각' 소리를 내어 상대방을 놀라게 하거나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이러한 음향 방어 메커니즘은 물고기 중에서도 매우 드문 특성으로 평가된다.

식용 가치도 상당하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먹는 대표적인 민물고기로 매운탕, 찜, 어죽 등 다양한 요리로 활용된다. 지방 함량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건강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다만 동자개를 다룰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등지느러미와 가슴지느러미의 날카로운 가시에는 독샘이 있어, 찔릴 경우 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동자개를 잡을 때 반드시 장갑을 착용하거나 적절한 도구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유튜브, 지식인미나니

이번 국립생태원의 생물 조사는 봄, 여름, 가을에 걸쳐 진행되는 대규모 자연환경 모니터링의 일환이다. 조사팀은 통발과 투망을 이용해 서식하는 생물들을 포획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통해 생태계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한국의 생물 다양성 보전과 생태계 관리 정책 수립에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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