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 산에 흔하디 흔한 이 꽃이 알고 보면...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2025-05-3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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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로도 약으로도 쓸 수 있다는 이 식물

여름에 산길과 들판을 걷다 보면 은은한 바닐라 향이 코끝을 스친다. 고개를 들면 덩굴이 얽힌 나무 사이로 흰색과 노란색 꽃이 조화를 이루며 피어 있다. 인동덩굴이다. 한국의 산야에서 흔히 만나는 인동덩굴은 한약재로, 음식으로, 그리고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으로 오랜 세월 사람들과 함께해왔다. 그 이름처럼 겨울을 견디며 살아남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녔다. 인동덩굴의 모든 것을 파헤쳐 본다.

인동덩굴 / 국립생물자원관
인동덩굴 / 국립생물자원관

겨울을 이겨내는 덩굴, 인동의 정체

인동덩굴은 인동과에 속하는 다년생 반상록 목질 덩굴이다. 줄기는 최대 10m까지 자라며 시계 방향으로 장애물을 감고 올라간다. 속이 빈 줄기에는 적갈색 털이 나 있다. 잎은 마주나며 타원형 또는 넓은 피침형으로 길이 3~8cm, 너비 1~3cm다. 5~8월이면 잎겨드랑이에서 입술 모양의 꽃이 1~2개씩 핀다. 처음에는 흰색이지만 며칠 지나면 노란색으로 변한다. 이 색 변화 때문에 ‘금은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열매는 구형으로 9~10월에 검게 익는다.

인동덩굴 / 국립생물자원관
인동덩굴 / 국립생물자원관

한국에서는 함경북도를 제외한 전역, 특히 제주도에서 흔히 자생한다. 산언저리, 농가 주변, 들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를 비롯해 관상용으로 수출된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도 널리 분포한다. 빠른 성장 속도와 강한 번식력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침입종으로 간주된다.

이름의 유래는 ‘인동(忍冬)’이라는 한자에서 온다. ‘겨울(冬)을 견딘다(忍)’는 뜻이다. 추운 겨울에도 잎이 완전히 떨어지지 않고 푸른 상태를 유지하는 생명력에서 비롯됐다. 꽃은 흰색과 노란색이 섞여 있어 ‘금은화(金銀花)’로도 불린다. 이 이름은 민간 설화에서도 나타난다. 쌍둥이 자매 금화와 은화가 열병으로 죽은 뒤 그 무덤에서 피어난 꽃이 금은화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약초를 캐던 임동 노인이 금색과 은색 꽃을 찾아 마을의 괴질을 치료한 뒤 꽃과 줄기가 각각 금은화와 인동으로 불렸다고 한다.

부드러운 순에서 향기로운 꽃차까지

인동덩굴은 단순히 약재로만 쓰이지 않는다. 부드러운 새순과 꽃은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 새순은 4, 5월에 채취해 나물로 먹는다. 채취한 순은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30초 정도 데친다. 데친 순은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 뒤 소금과 참기름을 넣고 무친다. 고소한 참기름과 순의 부드러운 식감이 어우러져 담백한 맛을 낸다. 또는 된장과 고춧가루를 넣어 약간 매콤하게 무쳐도 좋다. 부드럽고 은은한 향이 돋보인다.

인동덩굴 열매 / 국립생물자원관
인동덩굴 열매 / 국립생물자원관

꽃은 5, 6월 꽃봉오리 상태로 채취해 요리에 활용한다. 꽃봉오리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뒤 튀김옷을 입혀 튀긴다. 바닐라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바삭한 튀김을 만들 수 있다.

꽃을 말려 차로 즐길 수도 있다. 꽃봉오리를 그늘에서 말린 뒤 뜨거운 물에 꽃 몇 개를 넣고 5분 우려낸다. 꿀을 약간 첨가하면 달콤한 향이 더 살아난다.

열매는 9~10월에 검게 익으면 담금주로 사용한다. 검은 열매 100g을 소주 1리터에 넣고 3개월 이상 숙성한다. 하루 30ml 정도 마시면 은은한 단맛과 약간의 떫은맛이 조화를 이룬다.

단 꽃과 열매에 약간의 독성이 있으니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차는 한 잔에 꽃 3~5송이, 약재는 하루 10~15g이 적당하다.

염증에서 항암까지... 약재로서의 효능

인동덩굴은 한방에서 오랜 세월 약재로 사용됐다. 줄기는 ‘인동’, 꽃봉오리는 ‘금은화’로 불린다. 달고 찬 성질을 가지며 폐경과 위경에 작용한다. 주요 효능은 청열해독, 즉 열을 내리고 독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감기 초기, 열병, 피부염, 관절염, 기관지염 등에 효과적이다. 특히 은교산이라는 한약 처방의 주약으로 사용된다. 이 처방은 감기 초기의 발열과 염증 완화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동덩굴 / 국립생물자원관
인동덩굴 / 국립생물자원관

인동덩굴에는 플라보노이드(아피게닌, 로니세린, 루테오린 등)와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이 성분들은 활성산소를 제거해 노화를 늦춘다.

항암 효과도 있어 암과 종양 억제에 기여한다. 관절염, 특히 류마티스성, 골관절염, 통풍성 관절염에 효과가 뛰어나다. 만성 폐렴, 기관지염, 천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혈관 확장으로 고혈압 완화, 가벼운 이뇨 작용으로 고지혈 제거에도 도움을 준다. 피부병, 화농성 감염, 급성 간염, 만성 장염, 세균성 이질 등 다양한 염증 질환에 효과가 입증됐다.

약재로 사용할 때는 여름철 잎과 줄기를 채취해 말린다. 하루 15~30g을 달여 복용한다. 꽃봉오리는 10~15g을 달여 사용한다. 대추나 감초와 함께 끓여 차로 마시면 건강에 좋다. 다만 비위가 약한 사람, 고름이 묽은 사람은 사용을 피해야 한다. 소음인 체질에도 맞지 않을 수 있다.

인동덩굴 / '텃밭친구'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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