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설까지…지독하게 바퀴벌레만 사냥해 새끼 먹이 숙주로 삼는 곤충

2025-05-3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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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몸집보다 훨씬 큰 바퀴벌레를 사냥해 조종하는 특이한 곤충

도심에 있었다면 바퀴벌레를 절멸해 칭송받았을 벌이 있다. 지독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바퀴벌레만 노리는 곤충이기 때문이다. 이 곤충은 바퀴벌레보다 몇 배나 몸집이 작지만 바퀴벌레만 사냥하며 잡은 뒤에도 쉽게 죽이지 않고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 몸에 주입한 독으로 조종하며 자식의 먹이 숙주로 삼는다.

는쟁이벌 / 국립생물자원관
는쟁이벌 / 국립생물자원관

푸른 보석처럼 영롱한 빛깔을 뽐내는 외형을 가진 는쟁이벌은 아름다운 모습과 달리 잔인한 습성을 가진 곤충이다. '는쟁이'란 금속 세공업자를 가리키는 은장이에서 온 이름이다. 태평양의 섬들, 아프리카, 남아시아의 온난한 기후에서 발견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몇 종이 서식한다. 수컷은 12~14mm, 암컷은 15~18mm 크기다. 앞발을 이용해 몸만큼 긴 더듬이를 훑어내며 틈만 나면 몸단장을 하는 모습이 특징이다.

는쟁이벌은 빠른 움직임 때문에 맨눈으로 쉽게 관찰하기 힘들다. 보통은 고목에서 관찰된다. 는쟁이벌은 짝짓기를 마치면 고목에서 육아방으로 쓸 적절한 구멍을 찾는다. 육아방의 크기가 적절하지 않다면 고목에서 나무껍질이나 돌멩이, 섬유질, 거미줄 등을 물어다 육아방을 보수하는 데 쓰기도 한다.

는쟁이벌과의 벌들은 바퀴벌레를 사냥한다. 바퀴벌레는 인간과 밀접해 살지만 대부분의 바퀴벌레는 숲에서 살아간다. 는쟁이벌에게 바퀴벌레는 최고의 사냥감이다.

바퀴벌레의 목과 가슴에 신경독 침을 꽂는 는쟁이벌 / 유튜브 'EBS 컬렉션 - 사이언스'
바퀴벌레의 목과 가슴에 신경독 침을 꽂는 는쟁이벌 / 유튜브 'EBS 컬렉션 - 사이언스'

문제는 는쟁이벌보다 바퀴벌레가 몸집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끼를 위해 바퀴벌레가 꼭 필요한 는쟁이벌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는쟁이벌은 긴 다리를 가진 바퀴벌레의 발길질에도 물러서지 않고 목과 가슴 등에 독침을 꽂아 몸을 둔하게 만든다.

이어 입 대신 몸의 진동을 이용해 바퀴벌레의 더듬이를 잘라낸다. 물 수는 있지만 끊지는 못하는 입을 가졌기 때문이다. 바퀴벌레에게 더듬이는 냄새를 맡는 코였고 적을 감지하는 눈이다. 생존에 필수적이었던 부분을 빼앗긴 바퀴벌레는 죽기도 전 목숨을 다 잃은 셈이나 다름없다.

는쟁이벌은 잘려 나간 더듬이 단면을 통해 체액을 맛본다. 바퀴벌레의 몸에 퍼진 독의 농도가 적당한지 확인하는 것이다. 바퀴벌레는 아직 죽지 않았지만 몸에 퍼진 독 때문에 자기 의지를 잃고 는쟁이벌에게 제 발로 끌려간다.

독이 몸에 퍼진 뒤 는쟁이벌에게 끌려가는 바퀴벌레 / 유튜브 'EBS 컬렉션 - 사이언스'
독이 몸에 퍼진 뒤 는쟁이벌에게 끌려가는 바퀴벌레 / 유튜브 'EBS 컬렉션 - 사이언스'

다만 사냥감을 잡아도 옮기는 과정이 또 문제다. 이때 다른 는쟁이벌에게 잡아 온 사냥감을 들키면 뺏기기 일쑤다. 바퀴벌레는 또 다른 는쟁이벌에게 제 발로 순순히 이끌려 간다.

는쟁이벌의 독이 치명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는쟁이벌의 독은 바퀴벌레의 목숨을 즉각 끊어놓지 않지만 정신을 지배하면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이제 는쟁이벌이 할 일은 바퀴벌레의 탈출 겸 다른 곤충의 침입을 막기 위해 구멍의 입구를 막는 것이다.

는쟁이벌의 알에서 유충이 깨어나 먹이 활동을 할 때까지도 바퀴벌레는 여전히 살아 있다. 유충은 어미의 독이 가시지 않은 바퀴벌레의 체액을 빨아 먹으며 성장해 나간다. 유충은 더욱 빠른 속도로 자라나고 바퀴벌레가 상하기 직전 결국 모두 먹어 치우는 데 성공한다.

유충에게 껍질만 빼고 모두 먹혔지만 바퀴벌레의 쓰임새는 이게 끝이 아니다. 유충은 바퀴벌레의 몸 안에서 번데기가 될 준비를 시작한다. 돌아올 여름을 기다리며 바퀴벌레의 껍질을 방패 삼아 긴 겨울을 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유튜브, EBSDocumentary (EBS 다큐)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영웅의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바퀴벌레만 사냥한다니,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네요", "자태도 영롱하시네. 앞으로도 열일해 주십쇼", "선생님께서 좋은 일을 많이 하시니 몸에서도 빛이 나네요", "바선생 머리채 잡혀서 끌려가는 거 속 시원하네", "캬 이게 무협지고 영웅담이지", "는 선생님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선생님. 앞으로도 오래 살아 주십시오" 등 반응을 보였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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