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는 고급? 현직 셰프가 밝힌 공짜로 줘도 안 쓸 올리브 오일 5가지
2025-05-31 12:53
add remove print link
1~2인 가구는 대용량보다 소용량 구매가 훨씬 적합
올리브 오일은 건강에 좋은 지방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무 제품이나 골라 사용한다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시중에는 다양한 품질의 올리브 오일이 존재하며 제대로 된 기준 없이 구입하면 저품질 제품을 선택하게 될 위험이 크다. 다음은 현직 셰프가 직접 밝힌 품질이 좋지 않은 올리브 오일의 다섯 가지 기준이다.

첫 번째로 살펴봐야 할 점은 용기다. 플라스틱병에 담긴 올리브 오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플라스틱, 특히 PVC와 같은 소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해 물질을 오일에 흡수시킬 수 있다. 이는 오일의 안전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
또 플라스틱은 빛과 산소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해 내부의 오일이 외부 환경에 쉽게 노출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산화가 빠르게 진행돼 올리브 오일의 풍미와 영양소가 손상되기 쉬우며 쓴맛이나 불쾌한 냄새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고온에 노출될 경우 플라스틱이 변형되거나 화학 물질이 침출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오일의 신선도와 품질은 더욱 나빠진다. 프리미엄 올리브 오일은 보통 어두운색의 유리병이나 스테인리스 캔에 담겨 있으며 이런 용기는 빛 차단 효과가 뛰어나 산화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두 번째는 병의 투명도다. 투명한 병에 담긴 올리브 오일 역시 피해야 한다. 올리브 오일은 빛에 매우 민감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투명한 병에 담기면 햇빛이나 실내조명 등에 쉽게 노출돼 산화가 빠르게 일어난다. 오일에 포함된 항산화 성분, 그중에서도 폴리페놀 등의 유익한 성분이 빠르게 파괴되며 맛과 향도 변질된다. 산화가 진행되면 쓴맛과 불쾌한 냄새가 나며 영양가도 떨어진다. 따라서 진한 녹색이나 갈색으로 된 불투명한 유리병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올리브 오일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세 번째로는 원산지 정보에 주목해야 한다. 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인 올리브 오일은 원산지를 명확히 표기하고 일반적으로 한 지역의 올리브만을 사용한다. 반면 여러 국가의 올리브를 섞어 만든 제품은 각 생산지의 품질 기준이나 환경 관리 수준이 다를 수 있어 오일의 전체적인 품질이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관리가 엄격하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된 올리브가 섞이면 오히려 고급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특정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맛과 향도 사라지게 된다. 예컨대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각 지역의 특성이 혼합되면 그 지역 특유의 풍미가 희석돼 맛이 밋밋해진다.
일부 제품은 라벨에 이탈리아산이라고 표기돼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올리브를 병입만 이탈리아에서 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제품의 실제 품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아울러 이러한 제품은 원산지 보호 인증(PDO), 지리적 표시 인증(PGI) 등의 유럽연합 인증 마크를 받기 어려워 품질을 객관적으로 보장받기도 어렵다.
네 번째는 '퓨어'라는 표현에 속지 않는 것이다. '퓨어 올리브 오일'은 이름과 달리 고급 오일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정제 과정을 거친 올리브 오일'을 의미하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에 비해 품질이 낮다. 퓨어 오일은 한 번 압착한 후 정제를 통해 불순물을 제거한 오일로, 정제 과정에서 고온 처리나 화학 처리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영양소는 물론 향과 맛도 많이 손실된다. 반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최초 압착해 얻은 신선한 오일로, 냉압착 방식 덕분에 항산화 성분과 영양소가 잘 보존된다. 퓨어 오일은 풍미가 중립적이고 가벼워 고온 조리에 적합할 수 있지만 올리브 특유의 풍미를 느끼고자 하는 소비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올리브 오일을 고를 때 대용량보다 소용량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올리브 오일은 개봉하는 순간부터 산소와 빛에 노출되기 시작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산패가 진행된다.
대용량 제품은 다 사용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만큼 오일이 산패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소용량 제품을 자주 새로 구입하면 신선한 상태의 오일을 계속 사용할 수 있어 맛과 영양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 올리브 오일 사용량이 많지 않은 1~2인 가구나 자주 조리에 활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소용량이 훨씬 효율적이다. 소용량 제품은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보관하기도 편리하며 빛과 열을 피해 보관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는 장점도 있다. 이는 올리브 오일의 품질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올리브 오일을 고를 때는 단순히 가격이나 브랜드만 보지 말고 용기 재질, 병의 투명도, 원산지 표기, 제품 라벨의 문구, 용량 등의 요소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품질 좋은 올리브 오일을 고르는 기준을 알고 나면 건강한 식생활로 이어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장 높은 등급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엑스트라 버진 : 영양가와 풍미가 뛰어나며 생으로 섭취하기에 적합 ▲버진 : 엑스트라 버진보다 한 단계 낮으며, 조리용으로도 사용 ▲퓨어/라이트/클래식 : 정제유와 버진 오일을 혼합한 제품으로, 맛과 향이 약해 고온 조리에 주로 사용 ▲포마스 : 올리브 찌꺼기에서 추출한 오일로, 가격이 저렴해 튀김 등에 많이 사용 ▲람판테 : 산도가 높아 식용 불가하며 정제 후에만 식용으로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