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 바꾸기 힘드시죠? 아이 생각하면 그래도 해야 합니다”
2025-06-01 17:31
add remove print link
아버지의 청소년기 식습관, 자녀의 건강에 숨은 비결
아버지가 십대 시절 얼마나 건강한 식단을 유지했는지가, 훗날 태어난 자녀의 식습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부모 세대의 식생활이 단순히 개인 건강을 넘어서 다음 세대의 건강 습관 형성에도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미국 보스턴칼리지의 마리안 드 올리베이라(Marianne De Oliveira) 박사 연구팀은 최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영양학회 연례 학술대회(Nutrition 2025)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청소년기 건강 행동의 세대 간 영향 연구’에 참여한 669명의 남성을 추적 관찰한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건강한 식습관을 지녔던 남성은 이후 아버지가 되었을 때 자녀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장려하고 유해한 음식 섭취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좋은 식습관은 세대를 건너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1990~2000년대 청소년기에 최소 두 차례 식단 설문에 응답했고, 이후 2021~2022년 사이 자녀를 둔 아버지로 다시 연구에 참여해 본인과 자녀의 식생활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청소년기 식단 질을 ‘건강한 식생활 지수(HEI: Healthy Eating Index)’를 기준으로 평가해 네 등급(B~F)으로 나눴다.
그 결과 전체 아버지 중 44%는 청소년기 식단의 질이 낮은 그룹, 40%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식단 질이 악화된 그룹, 16%는 오히려 개선된 그룹으로 분류되었다. 특히 식단의 질이 좋거나 개선된 그룹의 아버지는 자녀에게 건강한 식생활을 실천하고 장려할 가능성이 각각 90%, 60%가량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자녀의 실제 식습관에서도 차이는 뚜렷하게 드러났다. 아버지가 청소년기에 건강한 식사를 실천했던 그룹의 자녀는 과일과 채소 섭취량이 권장 기준을 충족한 비율이 각각 62%, 38%로 조사되었다. 반면, 식습관이 나빴던 그룹의 자녀는 각각 54%, 29%, 식단 질이 악화된 그룹의 자녀는 53%, 23%에 그쳤다.

드 올리베이라 박사는 “청소년기의 건강한 식습관은 개인 건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부모로서 자녀의 식생활에도 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 연구는 모든 연령층에서 건강한 식생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특히 아버지의 역할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통적으로 어머니의 식생활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는 많았지만, 아버지의 청소년기 식습관이 자녀의 식생활에까지 이어진다는 연구는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연구팀은 “부모 모두가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것이 다음 세대의 건강한 삶을 위한 기초가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가정 내 식습관 교육이 단기적인 문제가 아님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식습관이 성인기를 넘어 부모로서의 역할, 나아가 다음 세대의 건강까지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성장기 자녀의 식생활 교육과 환경 조성은 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