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멸종위기 동물인데…놀랍게도 대량 부화에 성공한 '생명체' 정체

2025-06-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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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탈출! 멸종 직전 생명체의 부활

심각한 멸종위기 어종인 '열목어'가 대량 부화에 성공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번 성과는 자연 개체군이 거의 절멸 수준으로 줄어든 열목어 복원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열목어 채란하는 자료사진. / 경북도 제공
열목어 채란하는 자료사진. / 경북도 제공

경북도는 울진에 위치한 민물고기연구센터(울진)가 최근 열목어 치어 3만 마리의 인공 부화에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센터가 열목어 종자 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21년부터다. 이후 2022년에는 봉화 백천계곡에서 채취한 수정란과 치어를 어미로 성장시킨 뒤, 이 어미 개체들로부터 총 9만 개의 알을 확보해 인공부화 과정을 진행했다. 이 중 3만 마리가 지난달 무사히 부화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열목어는 연어과에 속하는 냉수성 민물고기로, 한반도 내에서는 청정 계곡 최상류에서만 서식하는 희귀 어종이다. 서식지 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수온에 민감해, 미세한 환경 변화에도 큰 타격을 입는다. 국내에서는 한강, 낙동강, 섬진강의 일부 상류 지역에 극히 제한적으로 분포하며,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2012년부터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에 포함돼 있다.

특히 열목어는 환경 오염, 수온 상승, 남획, 외래종 유입 등 다양한 원인으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급격히 자취를 감췄다. 한때 대표적인 서식지였던 오대산 계곡에서도 열목어가 거의 사라졌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발견되지 않는 시기도 있었다. 최근 들어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지자체 중심의 복원사업이 진행되면서 강원 정선 정암사 계곡, 봉화 백천계곡 등에서 일부 개체가 다시 관찰되고 있지만, 여전히 자연 상태에서의 개체군은 극히 희귀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갓 부화된 열목어들. / 경북도 제공
갓 부화된 열목어들. / 경북도 제공

이번 부화에 성공한 열목어 치어들은 최적 환경에서 가을까지 성장한 뒤, 수온이 낮아지는 11월 무렵 원 서식지인 백천계곡으로 방류될 예정이다. 백천계곡은 천연기념물 제74호로 지정돼 있는 보호 구역으로, 열목어의 주요 서식지 가운데 하나다. 이 지역은 수온이 낮고 수질이 뛰어나 열목어의 생존에 적합한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열목어는 생태적 가치 외에도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다. 경북도는 열목어를 단순한 복원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청정 자연을 상징하는 생물로서 생태관광 자원으로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상원 경북도 해양수산국장은 "열목어는 경북의 청정자연을 상징하는 대표생물로 지속적인 자원을 유지해 생물다양성을 확보하고 생태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열목어는 국내법상 보호종이기 때문에, 포획·채집·유통 등이 엄격히 금지돼 있으며, 복원 목적의 인공 번식 및 방류도 정부나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현재 이처럼 체계적으로 인공종자 생산과 복원이 병행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어, 이번 연구센터 성과는 국내 열목어 보호 정책의 실질적인 진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부화가 단발적인 성공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의 서식지 보호와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공부화만으로는 생태계 내에서의 안정적인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식지 내 수질 개선, 인간 활동의 규제, 외래종 통제 등 근본적인 생태계 회복 없이는 결국 열목어는 다시 위기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결국 열목어의 대량 부화 성공은 단지 한 번의 성과가 아니라, 멸종위기종 복원과 청정 자연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다. 인간 활동과 환경 파괴로 사라져가던 한 종의 생명체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생물다양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이 작은 생명들이 무사히 자라 고향 계곡으로 돌아갈 그날까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보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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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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