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뿌리만 심어두면 끝없이 늘어나 평생 수확할 수 있는 '신기한 채소'
2025-06-0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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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가 함께 하나의 줄기에서 자라는 희한한 채소

겨울철 밭에서 죽은 듯 말라붙었던 파가 봄이 되면 다시 푸르게 솟아난다. 그 파의 꽃자리에는 씨앗 대신 작은 새끼 파들이 다닥다닥 매달려 있다. 새끼 파들은 자라서 다시 새끼 파를 낳는다. 그렇게 3대가 함께 하나의 줄기에서 자란다. 마치 가족이 층층이 살아가는 아파트 같은 모습이다. 한국 토종 파인 삼동파에 대해 알아봤다.
씨앗 없이 번식하는 신비로운 파
삼동파는 수선화과 부추아과 부추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대파와 샬롯 또는 양파의 교잡종으로 여겨진다.
삼동파와 일반적인 대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번식 방법이다. 대파는 꽃이 피고 씨앗을 맺어 번식하지만, 삼동파는 꽃이 피지 않는다. 대신 꽃자루 끝에 주아(식물의 번식 기관 중 하나로 주로 줄기나 잎, 뿌리 등에서 생기는 작은 덩이 모양의 구조를 말한다)라고 불리는 아기 파가 형성된다. 이 주아는 꽃자루에서 자라면서 잎과 뿌리를 내고, 일정 수준 자라면 꽃자루에서 떨어져 땅에 뿌리를 내린다.
더욱 신기한 것은 꽃대에서 다시 꽃대가 자라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새끼 파에 다시 씨방이 생기고, 거기에서 새끼 파가 또 생긴다. 새끼 파가 새끼 파를 키우니 손주 파인 셈이다. 3대의 대파가 3단으로 자라는 모습 때문에 삼층파, 삼층거리파라고도 불린다.
분얼성(화본과 식물에서 새로운 줄기가 마디에서 곁눈이 발육하여 생성되는 현상)도 강해 한 포기에서 8~9포기가 분얼돼 번식하기도 한다. 한 번 심으면 주아를 떼어내 심고, 분얼된 것을 나눠 심으면서 지속적으로 번식시킬 수 있다. 죽을 때까지 공짜로 파를 먹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혹독한 추위도 이겨내는 강인한 생명력
삼동파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밭에서 세 번의 겨울을 보낸다는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겨울 세 달을 난다는 의미다. 어떤 설이든 강인한 내한성을 강조하는 이름이다.
실제로 삼동파는 내한성이 매우 강하다. 중부지방은 물론 강원도에서도 월동이 가능하다. 지구온난화로 여름은 점점 더워지고 겨울에는 북극한파가 몰아치는 상황에서도 모진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는 토종 파다.
겨울이 되면 잎이 말라붙어 죽은 듯 보이지만, 이듬해 봄이 되면 다시 잎이 올라온다. 이런 강인한 생명력 덕분에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재배돼온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토종 파로 알려졌지만 외국도 많이 재배하는 까닭에 오래전에 외국에서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
달콤한 맛으로 사랑받는 식재료
삼동파는 생육 초기에는 대파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지만, 잎 부분이 길고 통통하며 향이 진하다. 가장 큰 특징은 단맛이 있다는 점이다. 파를 싫어하는 사람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단맛이 있어 특별한 매력을 지닌다.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부추처럼 밑둥을 잘라 먹으면 바로 새순이 올라온다. 물론 대파처럼 뽑아 먹기도 한다. 특히 매운 라면을 끓일 때 넣으면 맵고도 달달한 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삼동파 외에도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삼동고리파, 삼동거리파, 이층파, 삼층파, 층층파, 쇠꼬리파 등이 그것이다. 일명 돼지파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파 모양이 돼지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추정된다.
국내에는 자색삼동파라고 불리는 종류도 있다. 자색삼동파는 삼동파와 동일하게 꽃 없이 주아가 열리는데, 주아가 작은 자색 양파처럼 생겼다. 주아의 껍질을 벗기면 일반 양파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삼동파는 현재 대파와 양파의 교잡종이라는 의미로 학명이 알리움(Allium)×프로리페룸(proliferum)으로 분류된다. 쪽파 역시 같은 학명을 가져 영어권에서는 두 식물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같은 부추속 식물인 달래에도 삼동파처럼 주아가 달린다. 달래 역시 재배종은 꽃이 피어도 씨를 맺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분얼과 주아를 통해 번식한다.
삼동파는 한 번 심으면 지속적으로 수확할 수 있는 데다 생명력도 강인해 재배가 쉬운 덕분에 가정원예에도 적합하다. 특유의 단맛과 진한 향으로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어 유망한 채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