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1위 휩쓸더니…놀랍게도 영국·일본서 '리메이크' 확정난 한국 드라마

2025-06-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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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 열다

방영 당시 조용히 시청률 1위를 휩쓸었던 드라마 '유괴의 날'이 결국 영국과 일본에서 잇따라 리메이크된다. 2023년 ENA 채널에서 방영된 이 드라마는 당시 높은 화제성과 탄탄한 팬층을 바탕으로 완결 이후에도 지속적인 입소문을 타며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왔다. 국내에서의 조용한 돌풍이 세계 시장에서의 관심으로 이어진 셈이다.

'유괴의 날' 주연 유나. / ENA '유괴의 날'
'유괴의 날' 주연 유나. / ENA '유괴의 날'

2일 제작사 에이스토리에 따르면 '유괴의 날' 일본판은 이미 현지에서 지난달 촬영에 들어갔고, 다음 달 8일 TV아사히를 통해 정식 방영될 예정이다. 일본판 각본은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로 유명한 우시오 겐타로 작가가 맡았고, 연출은 '별 내리는 밤에'의 후카가와 요시히로 감독이 맡았다. 주연은 사이토 다쿠미와 나가오 유노가 맡아 원작의 감정선을 새로운 해석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앞서 '유괴의 날'은 유럽 최대 미디어 그룹 중 하나인 스튜디오 함부르크 프로덕션 그룹의 자회사인 스튜디오 함부르크 유케이와 영국판 공동 제작에 합의했다. 현재 영국판 대본 각색이 진행 중이며, 이로써 '유괴의 날'은 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한국형 IP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3년 ENA에서 방송됐던 원작 드라마는 처음에는 1.8%(이하 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라는 소박한 시청률로 출발했으나, 입소문을 타며 회차를 거듭할수록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종회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5.5%, 전국 기준 5.2%를 기록했고, 이는 동시간대 종편·케이블 전 채널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유괴의 날'은 이로써 ENA 드라마 사상 세 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2023년 ENA 2위라는 성과를 남겼다.

'유괴의 날' 포스터. / ENA 제공
'유괴의 날' 포스터. / ENA 제공

'유괴의 날'은 어설픈 유괴범 김명준(윤계상)과 천재 소녀 로희(유나)가 유괴를 계기로 함께 도망치며 벌어지는 예측 불허의 사건들을 다룬 '감성 버디 스릴러'다. 단순한 유괴극을 넘어서 미스터리, 감동, 유머, 사회적 메시지가 버무려진 복합 장르로 주목받았다. 드라마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유괴와 살인사건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바탕으로 인간적인 유대, 가족, 신뢰, 상처의 회복 등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작품의 인기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력에 힘입은 바 크다. 윤계상은 무능하고 순박한 유괴범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그려냈고, 김신록은 사건을 쫓는 경찰 혜은 역으로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인물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특히 천재 소녀 역을 맡은 아역 유나의 연기력이 화제를 모으며 드라마 전반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유괴의 날' 주연 유나와 윤계상. 스틸컷. / ENA 제공
'유괴의 날' 주연 유나와 윤계상. 스틸컷. / ENA 제공

방영 당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포브스가 선정한 '2023년 베스트 한국 드라마'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OTT 플랫폼을 통해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일본에서의 리메이크 확정은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으며, 이번 리메이크가 정서적으로 유사한 일본 시장에서 먼저 이뤄졌다는 점에서 안정적 흥행을 기대할 수 있다.

'유괴의 날'이 보여준 조용한 흥행은 한국 드라마가 단순히 자극적인 설정이나 유명 배우에만 의존하지 않고, 신선한 소재와 서사 구조, 입체적인 캐릭터, 정서적 깊이로도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전형적인 장르 공식을 따르지 않고, 장르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공감을 끌어낸 이 드라마는 리메이크를 통해 또 다른 생명력을 갖게 됐다.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일본에서의 성공을 시작으로 유럽까지 콘텐츠 수출과 IP 사업을 확장하겠다"며 "단순히 리메이크 판권 판매에 그치지 않고 공동 제작, 스토리 각색, 후속 콘텐츠 제작까지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에이스토리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도 리메이크 사업에 성과를 거둔 바 있어, 이번 프로젝트 또한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유튜브, ENA 이엔에이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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