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병인 줄 알았는데...에어컨 바람타고 감염되는 ‘이것’

2025-06-06 09:05

add remove print link

실내 온도 차 벌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증상 심하면 '레지오넬라증' 의심

올여름도 무더위가 예고된 가운데 벌써 에어컨을 가동하는 곳이 많다. 에어컨 덕분에 더위로 인한 온열질환은 피할 수 있지만 에어컨 바람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냉방병에 걸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레지오넬라균 자료 사진 / Spyro the Dragon-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레지오넬라균 자료 사진 / Spyro the Dragon-shutterstock.com

이른바 ‘여름감기’라고 불리는 냉방병은 가벼운 감기나 몸살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몸이 열을 얻기 위해 으슬으슬하거나 떨리기도 하며 두통을 동반하고 어지럼증과 졸린 증상, 말초혈관이 수축해 얼굴과 손, 발이 붓는 경우도 있다.

서민석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냉방병은 과도한 냉방에 따른 실내외 큰 온도 차로 인해 우리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발생한다”며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지만, 적정 실내 온도를 유지하고 주기적으로 환기를 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고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에어컨 가동 시 실내 온도 차가 5도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하고 습도는 0~60%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냉방병에 걸렸다면 특별한 치료없이 실내 환경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나아질 수 있다. 냉방 기구의 사용을 멈춘 뒤 몸을 따뜻하게 하고 휴식을 취하거나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냉수를 비롯해 너무 찬 음식을 섭취하는 일은 삼가야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냉방병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레지오넬라증이 있다. 만약 냉방병의 정도가 심하거나 잘 낫지 않는다면 레지오넬라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레지오넬라증은 레지오넬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3급 감염병으로 1976년 미국 재향 군인 모임 ‘레지오네르’에서 세균 감염으로 220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34명이 사망한 뒤 이름 붙였다.

레지오넬라균은 에어컨 냉각수에서 번식하는데 이때 균이 에어컨 바람을 타고 날아와 호흡기로 전염된다.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면 독감이나 폐렴 증상을 보인다. 독감 증상을 보일 때는 잠복기가 5시간에서 3일로 급성 발열이 나타나고 폐렴 증상을 보일 때는 잠복기가 2일에서 10일로 두통과 고열, 오한, 마른기침, 복통, 설사를 동반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독감형으로 발현되면 특별한 치료 없이 2~5일 후 자연적으로 치유되지만, 폐렴 증상이 동반되면 항생제와 주사 등을 투여해야 한다. 면역 저하자 등 고위험군에서는 치사율이 80%에 달하지만, 면역기능이 좋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은 경우 사망률은 0~11% 정도로 알려졌다.

레지오넬라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당뇨·고혈압 환자, 폐질환자, 50대 이상 흡연자, 고령층에게 특히 취약하다. 지난달 14일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레지오넬라증 환자는 165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112명보다 47% 증가한 수치로 10명 중 9명이 60대 이상이었다.

레지오넬라증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레지오넬라균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다. 레지오넬라균은 에어컨 냉각수, 목욕탕, 급수 시설처럼 물이 있는 곳에 서식하는데 물방울을 타고 날아온 균을 호흡기로 들이마시면 레지오넬라증에 걸린다.

질병관리청은 “레지오넬라증은 감기나 신종 코로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면서 “에어컨, 샤워기, 수도꼭지, 분무기, 건물 냉각수를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소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고대병원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