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은퇴하지만 거인군은 불멸” 일본 야구 전설, 나가시마 감독 별세
2025-06-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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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구 영웅' 나가시마 시게오 요미우리 명예 감독 별세
일본 프로야구계의 전설적 인물인 나가시마 시게오 요미우리 자이언츠 종신 명예감독이 3일 오전 도쿄 시내 병원에서 타계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향년 89세. 사인은 폐렴으로 알려졌다.

1936년생인 고인은 일본 야구사에서 '미스터 프로야구'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절대적 존재감을 과시했던 인물이다. 1958년 요미우리에 입단한 후 17년간 현역으로 활동하며 2186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5푼에 444개의 장타와 1522개의 타점, 1270득점을 올렸다.
특히 4번 타자로서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했던 나가시마는 타격 부문에서 각종 타이틀을 휩쓸었다. 수위타자 6차례, 최다 장타자 2차례, 최다 타점왕 5차례를 기록하며 당대 최고의 강타자임을 입증했다. 또한 센트럴리그 MVP를 5번, 일본시리즈 MVP를 4번 수상하는 등 개인 기록 면에서도 화려한 성과를 남겼다. 17시즌 연속 베스트9 선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나가시마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인 오 사다하루와 함께 'ON포'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요미우리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두 선수의 조합은 일본 야구팬들에게 전설로 기억되고 있다.
1974년 현역에서 물러날 때 남긴 "저는 오늘 은퇴하지만, 거인군(요미우리)은 영원히 불멸"이라는 발언은 일본 야구 역사상 가장 유명한 명언 중 하나가 되었다.
은퇴 다음 해인 1975년부터 요미우리 감독직을 수행한 나가시마는 지도자로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감독 재임 기간 동안 센트럴리그 우승 5회와 일본시리즈 정상 2회를 달성했다. 감독으로서의 전체 성적은 1982경기에서 1034승 59무 889패를 기록했다.
2001년 요미우리 감독직에서 퇴임한 후에는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활동했으나,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지도자 생활을 마감했다.
나가시마 감독은 선수와 감독을 거쳐 종신 명예감독까지 역임하며 요미우리 구단의 전설로 남았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에는 마쓰이 히데키와 더불어 일본 국민영예상을 수여받았다. 2021년에는 프로야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문화훈장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같은 해 열린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오 사다하루, 마쓰이 히데키와 함께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 전 세계에 일본 야구의 위상을 알렸다.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된 올림픽에서 이들 3명이 의료진에게 성화를 전달하는 모습은 감동적인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나가시마 감독의 부고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전역은 애도 분위기에 휩싸였다. 교도통신과 닛칸스포츠 등 주요 매체들은 "일본 야구계의 상징적 존재가 세상을 떠났다"며 추도 기사를 게재했다. 스포츠닛폰은 "야구를 국민스포츠로 끌어올린 영웅이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현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활약 중인 오타니 쇼헤이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인을 추모했다. 오타니는 올해 3월 도쿄에서 개최된 메이저리그 개막 시리즈 당시 나가시마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