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획 실패...대낮 경기도 양평 식당 앞에 나타난 최대 300kg '위험 동물'

2025-06-0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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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의 한 식당 인근에 출몰한 야생동물

지난달 30일, 대낮 경기도 양평군 한 식당 앞에 출몰해 주민들을 긴장시킨 야생동물 정체에 이목이 쏠렸다.

멧돼지 피해가 발생한 북구 창포동 마장지 인근 산 자료 사진 / 뉴스1
멧돼지 피해가 발생한 북구 창포동 마장지 인근 산 자료 사진 / 뉴스1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7분쯤 양평군의 한 식당 인근에 멧돼지가 출몰했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멧돼지 포획 작업에 나섰지만, 이미 현장을 벗어나 인근 산속으로 도망친 상태였다. 다행히 이번 사건으로 인한 인명피해나 재산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당국은 밝혔다.

도심 한복판 멧돼지 출현, 왜 늘어날까?

전문가들은 이번 양평 멧돼지 출현 사례가 최근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도심 내 야생동물 출몰 현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도심에서 멧돼지가 출몰한 사례는 최근 몇 년간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의 경우, 2023년 한 해 동안 포획된 야생 멧돼지는 449마리로, 2022년(164마리)과 비교해 약 2.7배 증가했다. 2024년에도 멧돼지 출몰로 인한 119 출동 건수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으며, 1~9월 기준 499건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262건)보다 110.5% 증가했다.

멧돼지가 사람이 많은 도심이나 식당가까지 내려오는 배경에는 여러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도심 출몰 사례가 늘고 있는 멧돼지 / 뉴스1
도심 출몰 사례가 늘고 있는 멧돼지 / 뉴스1

우선 급속한 도시개발로 인해 멧돼지 서식 공간이 크게 줄어든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산림 지역이 택지나 상업시설로 바뀌면서 멧돼지들의 생활터전이 파편화되고, 결국 먹이를 찾아 인간 거주지역까지 내려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계절적 먹이 부족 현상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에서 자연적으로 구할 수 있는 먹거리가 줄어들자, 잡식성인 멧돼지들이 식당가 주변 음식물 쓰레기 냄새에 이끌려 도심으로 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기에 호랑이, 표범 같은 천적이 사라진 상황에서 멧돼지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한 점도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멧돼지는 번식력이 매우 높아 개체수 증가 속도가 빠른데, 영역 다툼에서 밀려난 개체들이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도심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멧돼지와 마주쳤을 때 안전수칙은?

당국은 멧돼지 출몰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반드시 알아둬야 할 안전수칙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멧돼지와 갑작스럽게 마주쳤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이나 큰 소리는 멧돼지를 자극해 공격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포획틀에 포획된 야생 멧돼지 / 뉴스1
포획틀에 포획된 야생 멧돼지 / 뉴스1

가장 중요한 것은 등을 보이며 도망치지 않는 것이다. 뛰거나 소리를 지르면 멧돼지가 오히려 놀라서 공격할 위험이 높아진다. 대신 주변에 있는 나무나 바위, 건물 등 은폐물 뒤로 조용히 몸을 피해야 한다.

멧돼지가 자신의 존재를 아직 인지하지 못했다면, 천천히 뒷걸음질치며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이때도 갑작스러운 동작은 금물이다.

또 멧돼지에게 돌을 던지거나 손을 흔드는 등 자극적인 행동은 절대 피해야 하며, 발견 즉시 112나 119에 신속히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도심 출몰 잦은 멧돼지...체중 최대 300kg 달하기도

한국에서 도심이나 식당 인근에 자주 나타나는 멧돼지는 대체로 몸길이 100~180cm, 체중 50~150kg 정도의 범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민가에 출현하는 개체들을 살펴보면 100kg 내외의 암컷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대형 개체의 경우 체중이 최대 300kg에 달하는 경우도 있어 주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수컷의 경우 암컷보다 훨씬 큰 대형 개체들이 종종 목격되고 있어, 도심 출몰 시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300kg급 초대형 멧돼지들이 전국에서 잇따라 포획되면서 시설 피해와 주민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2016년 부산 금정산에서는 길이 2m, 무게 300kg에 달하는 수컷 멧돼지가 포획됐고, 2018년 6월에는 제주 올레길에서도 무게 300kg, 길이 약 2m의 3년생 멧돼지가 포획됐다. 지난해 2월에는 여수 화정면 월호도에서 무게 300kg이 넘는 초대형 수컷 멧돼지가 포획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부산 도시철도 호포역에 길이 1.5m, 무게 100kg 크기의 대형 멧돼지가 출몰해 시설물을 파손하고 30대 남성의 팔을 물어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부산 도시철도 호포역사 내부에 출몰해 난동을 부린 멧돼지 / 뉴스1
지난해 10월 부산 도시철도 호포역사 내부에 출몰해 난동을 부린 멧돼지 / 뉴스1

현재까지 양평 식당 인근에 출몰했던 멧돼지의 재출현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역 당국은 추가 출몰 가능성에 대비해 주민들과 상인들에게 지속적인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멧돼지 개체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같은 질병 확산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멧돼지의 도심 출몰을 막기 위해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대응 방안 마련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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