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이 예쁜 꽃 만나면 일단 캐세요... '목숨을 이어주는 약초'예요
2025-06-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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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도 약으로의 효과 인정한 한국 나물

개미취라는 식물이 있다.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깊은 산 습윤한 곳에서 키 큰 줄기 위에 보랏빛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훤칠한 키로 다른 들국화류를 압도하는 이 식물은 예로부터 한국인의 식탁과 약재함을 동시에 채워온 소중한 자원이다. 개미취는 반혼초(返魂草)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목숨을 이어주는 풀이라는 뜻이다. 얼마나 약효가 뛰어나기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일까.
개미취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소판, 협판채, 산백채, 자와, 들개미취, 애기개미취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생약명으로는 자완(紫菀), 백완, 자영(紫英), 청완(靑菀), 자원 등으로 불린다.
한국 전역의 깊은 산 습윤한 곳에서 자생한다. 특히 햇볕이 잘 드는 계곡 주변이나 풀밭에서 다른 잡초들과 섞여 자란다. 중국 동북부, 몽골, 시베리아, 일본 등지에도 널리 분포한다. 산지의 숲 가장자리 습한 곳을 선호하며 보수력이 있고 배수가 잘 되는 유기질이 많은 비옥한 사질양토나 양토에서 잘 자란다.
2m까지 자라는 거대한 들국화
개미취는 들국화류 중에서도 독특한 존재다. 줄기는 곧게 서며 높이 1~1.5m까지 자란다. 재배할 경우 2m에 달하는 것도 있다. 위쪽에서 가지가 갈라지고 짧은 털이 난다. 뿌리줄기는 짧게 옆으로 뻗으면서 마디에서 새싹이 돋아난다. 이 때문에 무리를 지어 자라는 특성이 있다.
뿌리잎은 뭉쳐나며 긴 잎자루가 있다. 크게 자란 것은 길이 65mm 정도로 주걱 모양을 한 긴 타원형이다. 꽃이 필 때쯤 되면 마르고 없어진다. 줄기잎은 좁고 어긋나며 긴 타원형이다. 끝이 날카롭고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다. 잎의 기부가 흘러 잎자루의 날개가 되는 특징이 있다.
꽃은 7~10월에 연한 자주색으로 핀다. 지름 2~2.5cm의 두상화가 가지 끝과 줄기 끝에 산방 꽃차례로 달린다. 꽃의 한가운데는 황색이다. 꽃자루는 길이 1.5~5cm이며 짧은 털이 빽빽하게 난다. 총꽃턱잎은 길이 7mm의 반구형이고 꽃턱잎은 3줄로 배열하며 가장자리가 막질이다. 장소에 따라 꽃의 빛깔이 진하기도 하고 연하기도 하다.
열매는 10월경에 길이 3mm 정도의 수과가 달려 익는다. 갓털은 흰색이며 뻣뻣한 털 모양을 하고 있다. 수과인 열매는 표면에 털이 있고 10~11월에 익는다.
봄나물부터 가을 뿌리까지... 사계절 식재료
개미취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부위를 식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봄에는 어린잎과 순을 나물로 먹는다. 가을에는 뿌리를 포함한 땅속줄기를 식용한다.
어린잎과 순은 생쌈으로 먹어도 맛이 있다. 쓴맛에 익숙하지 않으면 데쳐서 물에 쓴맛을 우려낸 다음 말려서 갈무리해 쓴맛을 없앤 후 조리한다. 데친 후에는 나물무침, 볶음, 묵나물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한다. 묵나물 볶음은 향이 좋기로 유명하다. 뿌리와 잎을 함께 장아찌로 만들어 식용할 수도 있다.
일제강점기인 1942년 저술된 ‘조선산야생식용식물’에는 개미취를 산과 들에서 야생할 뿐만 아니라 정원에서 재배하는 식물로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는 땅속줄기를 식용하는 풍속이 사라진 상태다.
목숨을 건지는 약초... 반혼초의 놀라운 효능
개미취는 고려시대부터 중요한 약재로 기록됐다. 주로 호흡기·비뇨기 질환을 다스린다. 가슴답답증, 각혈, 간염, 거담, 기관지염, 담, 보폐·청폐, 소갈증, 소변불통, 스트레스, 폐암, 피부암, 윤폐, 이뇨, 인후염·인후통, 진통, 창종, 천식, 토혈, 폐농양, 해수, 해열, 허약체질, 소아질환 경풍 등에 사용된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약효가 뛰어나 목숨을 건지는 약초라는 뜻의 반혼초로 불린다.
1236년 편찬된 ‘향약구급방’에서는 생약명을 '자완'이라 하고 우리말을 '티갈'로 기록했다. 2~3월에 뿌리를 채취해 말려 약재로 사용한다고 했다. 1433년 편찬된 ‘향약집성방’과 1613년 편찬된 ‘동의보감’에서도 유사하게 기록된 약용식물이었다.
개미취는 사포닌을 비롯해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맛은 쓰고 성질은 따뜻하며 독성은 없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개미취는 허한 것을 보하는 보허(補虛), 폐를 적셔주는 윤폐(潤肺), 인체 하부의 기를 말하는 하기(下氣), 중초를 조화롭게 하는 조중(調中) 등의 효능이 있다.
특히 기관지에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기관지 점액을 증가시켜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한다. 고질적 기침병인 해수, 끈적하고 황색을 띠는 가래, 천식에 효과가 있다. 급성과 만성 호흡기질환, 인후가 건조하고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
갈증을 멈추게 하고 강력한 소염·소종 작용이 있다. 통증에도 뚜렷한 효과가 있다. 폐를 보호하고 윤택하게 해주며 노인성 천식, 폐렴, 폐결핵, 폐농양에 뛰어난 약재다. 오장을 안정시키며 기운이 속상하는 약초로 허약 체질에 늘 필요한 증상을 개선한다.
암과 노화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기 때문에 각종 암의 항암 작용이 있다. 세포 노화를 억제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피부를 탄력 있게 해준다. 원활한 이뇨작용으로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체내 노폐물 배출과 몸의 부기를 빼준다.
뿌리를 말려두고 차를 끓여 마시면 좋다. 폐와 기관지에 좋고 노화가 늦춰지고 몸이 튼튼해지며 각종 암을 예방한다. 말린 뿌리는 하루에 10~15g 정도를 달여서 마신다. 탕으로 하거나 환제 또는 산제로도 사용한다.
개미취라는 이름은 1936년 저술된 ‘조선산야생약용식물’에서 조선인 식물학자가 강원도 영월에서 사용하는 방언을 채록한 것에서 비롯됐다. 땅속줄기와 뿌리를 식용하는 풍속이 사라지면서 이름의 유래에 대한 갖가지 억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민속조사에서도 개미취 또는 그것이 변형된 개미추, 개미초, 깨미초 등은 각 지방에서 널리 사용하는 말로 확인된다. 개미의 옛말에서 비롯된 개암추 등이 방언에서 확인되는 점에 비춰볼 때 개미취라는 이름은 약용 및 식용하던 뿌리를 말리거나 장아찌로 만든 모습이 곤충 개미를 닮았고 나물(취)로 식용한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개미취는 내한성, 내서성, 내습성이 강한 식물이라 재배가 용이하다. 척박하고 건조하거나 습기가 많은 토양에서 모두 잘 자란다. 양지성 식물이지만 반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4-5월 새순을 6-8㎝ 잘라 모래에 꽂으면 20~25일 후 발근하는 삽목법과 봄과 가을에 3-4년마다 실시하는 포기나누기로 번식한다. 씨앗으로도 번식하지만 땅속줄기가 있어 옆으로 뻗으면서 마디에서 새싹이 돋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