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진짜 흔했는데…외래종으로부터 위협당하고 있는 ‘멸종위기’ 동물

2025-06-0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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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6월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동물' 지정

한때 시골 하천과 논두렁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민물거북 '남생이'가 멸종위기종으로 전락했다. 환경부는 6월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남생이를 선정했다고 4일 밝히며 보호 필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남생이 서식지. 자료사진. / 유튜브 '국립생태원'
남생이 서식지. 자료사진. / 유튜브 '국립생태원'

남생이는 우리나라 고대 신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가야국 시조에 관한 건국 설화와 함께 전해지는 '구지가' 속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라는 구절은 바로 이 남생이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거북목 파충류인 남생이는 우리 민속문화와 자연생태의 상징으로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지금은 자연에서 남생이를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외래종의 유입과 서식지 파괴가 맞물리며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산 남생이와 붉은귀거북 같은 외래종은 생태계 내 경쟁과 교란을 유발하며 토종 남생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멸종위기종 남생이 자료사진. / 연합뉴스
멸종위기종 남생이 자료사진. / 연합뉴스

남생이는 머리 윗면이 암녹색 또는 흑색을 띠며 눈 뒤에서 목덜미까지 노란 줄무늬가 여러 개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부 수컷은 성장 과정에서 흑화돼 전신이 검은색으로 변하고 줄무늬도 사라지기도 한다. 등껍질은 암갈색에서 황갈색을 띠며 세 개의 융기선이 뚜렷하고, 복갑도 여러 판으로 구성돼 있다. 다리에는 비늘과 물갈퀴가 있어 수중 이동에 유리하며, 위협을 느끼면 머리와 다리를 껍데기 안으로 숨길 수 있다.

11월쯤 동면에 들어갔다가 이듬해 4월쯤 다시 활동을 시작하며, 동면 직전인 10~11월에 짝짓기를 한다. 암컷은 다음 해 6~7월 사이 2~3회에 걸쳐 415개의 알을 하천변이나 제방 근처에 산란하며, 약 두 달이 지나면 새끼가 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성은 잡식성으로 수초 뿌리, 곤충, 다슬기, 갑각류, 어류 등 다양한 수서생물을 섭취한다. 서식지는 하천, 연못, 저수지뿐 아니라 논이나 수로, 초지 등으로 광범위하며, 유속이 느리고 은신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한다.

남생이. 자료사진. / 환경부 제공
남생이. 자료사진. / 환경부 제공

우리나라에는 자라와 남생이 두 종류의 민물거북이 서식한다. 외형으로 구분이 가능하며, 남생이는 전통적으로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종이다. 그러나 지금은 외래종과의 경쟁, 환경 변화, 서식지 감소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했다.

환경부는 남생이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해 보호 중이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도 이 종을 적색목록 위기종(EN)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멸종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남생이처럼 멸종위기 Ⅱ급에 해당하는 야생동물을 허가 없이 포획하거나 죽이거나 서식지를 훼손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국내 한 저수지에서 발견된 남생이. 자료사진. / 연합뉴스
국내 한 저수지에서 발견된 남생이. 자료사진. / 연합뉴스

남생이에 대한 정보와 생태적 가치, 보호 필요성은 국립생물자원관과 국립생태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생이는 더 이상 '흔한 거북이'가 아니다. 외래종과 환경 파괴 속에서 사라져가는 우리의 고유 생물이다. 지금 보호하지 않으면, 남생이는 곧 기억 속의 동물이 될 수도 있다.

유튜브, 국립생태원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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