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멸종위기 야생생물인데…'절벽'서 발견돼 화제 모은 생물
2025-06-0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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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특별 보호구역에서 발견
국립공원 월출산 기암절벽에서 대표적인 멸종위기 야생식물이 꽃을 피워 화제가 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는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인 석곡이 특별 보호구역 내 절벽에서 개화를 시작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석곡은 난초과에 속하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로, 바위나 고목에 붙어서 자라는 착생식물이다. 주로 제주도와 전라남도 남해안, 월출산 등 남부 지역 일부에서 자생하며, 그 분포지가 극히 제한돼 있어 생물학적 가치가 높다.
석곡의 줄기는 높이 10~30cm로 자라며 마디가 많고 녹갈색을 띤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며 윤기 있는 짙은 녹색이고, 피침형으로 23년의 수명을 갖는다. 잎이 떨어진 지 3년째 되는 해에 꽃이 피는 독특한 생태적 주기를 갖는다.
석곡의 개화 시기는 5월에서 6월 사이다. 줄기 끝에서 피어나는 꽃은 흰색 또는 연한 분홍색을 띠며, 강한 향기를 내뿜는 것으로 유명하다. 뱃사람들이 석곡의 향기를 맡고 육지가 가까워졌음을 감지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향은 강렬하고 멀리 퍼진다.

이번에 석곡이 발견된 월출산 지역은 국립공원 내 특별 보호구역으로, 자연 생태계와 중요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일반인의 출입과 공원 이용이 통제되는 구역이다. 이 지역은 석곡의 주요 자생지 중 하나로, 절벽의 바위 틈이나 고목의 줄기에 부착해 자라며, 습윤하면서도 통풍이 잘되는 환경을 선호한다. 특히 일조량이 많은 조건에서 생육이 활발하며, 여름철에는 강한 직사광선을 피해 차광이 필요하다.
석곡은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으로 분류돼 보호를 받고 있다. 자생지가 제한적이고 개체수가 적은 데다, 과거에는 남획과 서식지 훼손으로 인해 급속한 감소세를 보여왔다. 최근에는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복원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월출산 외에도 완도수목원 등지에서 종자 파종과 인공 복원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일부 개체는 야생 적응에 성공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김영석 월출산사무소 자원보전과장은 "자연·인위적 영향에 의한 개체수 감소 예방을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로 월출산 생물자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적색목록에서는 석곡을 '위기종(EN)'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탐라란 등과 함께 우리나라 남부 난대림에서만 관찰되는 희귀 난초류로 분류된다. 석곡은 생물다양성의 상징이자,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훼손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상기시키는 지표로도 기능하고 있다.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재배가 어렵지만, 희귀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부 식물원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공 재배를 통한 보존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석곡은 12~18℃ 사이의 기온에서 잘 자라며, 여름철에는 적절한 차광이 필요하다. 물주기는 생육기에는 7~10일에 한 번, 겨울철에는 10~15일 간격으로 줄여야 하며, 과습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료는 4~7월, 9~10월에 걸쳐 2주 간격으로 액비를 주고, 가을 이후에는 질소 성분이 낮은 비료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월출산 석곡 개화 사례는 멸종위기종의 보호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계기로, 생태계 보전과 자연유산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한 정책과 시민의식이 함께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런 귀중한 식물들은 머지않아 우리 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