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빵으로 투입됐는데 시청률 25.5% 찍은 레전드 한국 드라마, 넷플릭스 드디어 공개
2025-06-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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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계 한 획을 그은 작품
한국식 과학수사물의 새 장 열었다는 평가
2011년 방영 당시 시청률 25.5%(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를 기록하며 화제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던 한국 드라마 '싸인'이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대중 앞에 선보인다.

배우 박신양, 김아중 주연의 SBS 드라마 '싸인'은 오는 19일 넷플릭스에서 정식 공개된다. 한국 최초의 본격 법의학 수사극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방영 당시에도 수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하며 뜨거운 인기를 누렸고, 지금도 한국 장르 드라마의 기틀을 마련한 작품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싸인'은 당초 기대작의 편성이 지연되면서 급하게 투입된 이른바 '땜빵 드라마'였다. '싸인'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는 훗날 한 인터뷰에서 "'싸인'은 원래부터 긴 시간 준비한 작품이 아니라, 갑작스레 기획된 작품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땜빵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이 드라마는 뛰어난 완성도로 방영 초기부터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법의학'이라는 신선한 소재, 치밀한 스토리 구성, 배우들의 몰입감 있는 연기 등 모든 요소가 맞물리며 '싸인'은 전형적인 장르 드라마의 성공 사례로 자리잡았다.
극 중 박신양은 천재 법의관 윤지훈 역을 맡아, 강단 있는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김아중은 신입 법의관 고다경 역을 맡아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열정적인 인물을 소화했다. 두 인물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배경으로 부패한 권력과 진실 은폐에 맞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드라마는 아이돌의 의문사 사건을 시작으로, 재벌과 정계가 얽힌 음모, 연쇄살인 사건까지 다루며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직시한다.

특히 윤지훈이 자신의 죽음을 통해 진범을 밝히고, 고다경이 그의 시신을 직접 부검하는 마지막 장면은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한국 드라마 역사상 손꼽히는 충격적인 엔딩 중 하나로 꼽힌다. 단순한 수사극을 넘어서 권력, 정의, 생명의 무게를 묵직하게 던진 이 드라마는 이후 장르물 붐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 김은희 작가는 이 작품을 계기로 '시그널' '유령' 등을 통해 장르물의 대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싸인'은 2011년 1월부터 3월까지 총 20부작으로 방송됐으며, 장항준·김형식이 연출을 맡고, 김은희·장항준이 공동 집필을 맡았다. 극 중에서는 박신양과 김아중 외에도 전광렬, 엄지원, 정겨운 등이 주요 배역으로 출연해 극의 무게감을 더했다. 특히 전광렬은 권력과 결탁한 국과수 원장 역을 맡아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넷플릭스의 '싸인' 공개는 지난해 말 체결된 SBS와 넷플릭스 간 6년간의 전략적 콘텐츠 파트너십의 일환이다. 양사는 올해부터 SBS 드라마, 예능, 교양 프로그램을 넷플릭스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하기로 합의했고, 그중 '싸인'은 대표적인 고전 명작으로 선정돼 서비스 대상에 포함됐다.
해당 협약은 SBS가 기존 웨이브 중심의 OTT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넷플릭스를 통한 글로벌 확장을 노리는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넷플릭스는 SBS 콘텐츠를 통해 한국 내 라이브러리를 강화하고, 한국 장르물의 해외 확산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SBS는 일부 신작 드라마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에 자막, 더빙, 현지 마케팅도 넷플릭스가 전담하며, K-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