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너무 충격적인데…2025년 400만 관객 넘긴 영화의 '개수'

2025-06-06 20:00

add remove print link

극장가 침체의 그늘, 콘텐츠 경쟁력은 어디로 갔나

2025년 상반기 한국 영화계에서 유례없는 현상이 벌어졌다. 한 해 절반이 지난 6월 초 현재까지도 관객 수 400만 명을 돌파한 영화가 단 한 편도 없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10여 년간 박스오피스 추이를 감안할 때 상당히 이례적이고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키 17' 연출한 봉준호 감독. / 뉴스1
'미키 17' 연출한 봉준호 감독. / 뉴스1

5일 기준 국내 박스오피스 1위는 '야당'이다. 4월 중순 개봉한 '야당'은 꾸준한 입소문과 사회적 이슈를 동반하며 선전했지만, 누적 관객 수는 약 337만 명 수준에서 멈춰 있다. 이는 과거 400만 관객을 기본 흥행선으로 여기던 한국 영화 시장과 비교하면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2위는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다. 글로벌 기대작으로 주목받았지만 국내 관객 동원은 약 301만 명에 그쳤다. 이외에도 '승부' '검은 수녀들' '히트맨2' 등 여러 작품이 100만~200만 명대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른바 '대흥행작'이라 부를만한 작품은 단 하나도 없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두고 단순한 흥행 실패를 넘어선 구조적 위기로 진단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기대했던 극장가는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투자자와 제작사 모두 신작 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OTT 플랫폼의 성장으로 관객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도 완전히 바뀌었다. 한 편의 영화를 위해 극장을 찾는 ‘기대심리’는 점점 사라졌고, 티켓값은 오히려 오르며 극장 접근성은 더욱 낮아졌다.

영화 티켓 구매하는 사람. 자료사진. / 뉴스1
영화 티켓 구매하는 사람. 자료사진. / 뉴스1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뿐만 아니라 올해 상반기에는 '범죄도시' 시리즈와 같은 확실한 흥행 카드는 부재했고, 기존에 신뢰받던 장르물조차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대형 배급사 중심의 보수적 투자와 속편 중심의 기획 방식이 더는 시장에 먹히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위기 신호는 뚜렷하다. 다양성과 실험성이 사라진 채, 안전한 소재만 반복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흥행이 보장되지 않으면 시도조차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 영화는 점점 '소비할 이유 없는 콘텐츠'가 되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올해 상반기 박스오피스 상위 10개 영화 중에서도 300만 명을 넘긴 작품은 '야당'과 '미키 17'뿐이며, 200만 명을 넘긴 영화는 3편에 불과하다. 관객 400만 명을 돌파한 작품은 아직 '0편'이다.

결국 이 수치는 단순히 관객 수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신뢰도, 콘텐츠 경쟁력, 플랫폼 전략, 관람 문화의 변화가 겹쳐 만들어낸 복합적 위기의 징표로 볼 수 있다. 한국 영화계는 지금, 400만 관객 돌파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만큼 뿌리 깊은 구조 개편 없이는 이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유튜브,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