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제철 오징어 사라질라... 어민들, 급기야 오징어 잡이 포기하기까지
2025-06-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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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어기 드디어 풀렸는데... 너무 안 잡힌다는 동해안 오징어

동해안 오징어 금어기가 끝나며 본격적인 조업이 시작됐지만 어획량 감소로 어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G1 뉴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금어기 해제 이후 강릉시 수협 소속 채낚기 어선 11~12척이 오징어 조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5~6차례 항차를 통해 오징어를 잡았지만 어획량이 미미하다.
주문진항에 입항한 3척의 배가 잡아온 오징어는 총 1200두름, 약 2만4000마리에 불과하다. 이는 하루 평균 800두름 수준이다. 과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입찰가는 20마리에 6만 원 선.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잡은 물량이 워낙 부족해 어민 수익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강원 동해안의 오징어 어획량은 최근 10년간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해 강원도에서 잡힌 오징어는 895톤. 10년 전인 2014년(약 9000톤)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강원도수산자원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 어장 이동, 남획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동해 수온이 1~2도 상승하며 오징어의 주요 서식지인 독도 인근 해역의 생태계가 변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어민들 사이에서는 어선 감척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강원도 내 근해 채낚기 어선은 37척이 운항 중이지만, 이 가운데 23척이 올해 감척을 신청했다. 이는 전체의 60%가 넘는 숫자다. 감척이 확정된 배는 아직 3척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배들도 올해 어획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추가 신청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 선주는 “지난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감척 말고 선택지가 없다. 올해까지 버텨보고 안 되면 내년에 신청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는 어민들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주문진 수산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오징어 공급 부족으로 도매가격이 지난해보다 10~15%나 상승했다. 소비자들은 제철 오징어를 맛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일부 식당은 메뉴에서 오징어 요리를 아예 제외하기 시작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오징어 자원 회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동해안 오징어 자원 보호를 위해 금어기 연장과 어획량 제한을 검토 중이다. 강원도수산자원연구소는 오징어 치어 방류 사업을 확대하고 해양 생태계 복원을 위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조치가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어민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의 근본적인 원인이 기후변화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