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MZ들 불금은 여기로 간다…가격까지 저렴해 사람 몰린다는 ‘의외의 장소‘
2025-06-0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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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5가, 금요일에도 20대로 북적
5일 오후, 서울 종로5가에 있는 한 건물 앞은 20~30대 인파로 붐볐다. 6일 현충일을 낀 3일간 황금연휴를 앞둔 금요일, 이들이 모인 곳은 유흥시설이 아닌 탈모 치료 병원과 약국이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탈모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종로 3가 일대가 ‘탈모 성지’로 떠오르며 젊은 탈모인들의 발길이 몰린 것이다.

이들은 몇몇 병원에서 짧게는 3분 진료를 받은 뒤 탈모약 처방전을 받아 인근 약국으로 향한다. 병원 밖 인도에는 ‘탈모 처방’이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 종이가 놓여 있고, 이를 따라가면 ‘365일 연중무휴’라 적힌 간판이 걸린 약국이 나타난다. 탈모인을 위한 이른바 ‘공장식 시스템’이 형성된 이 지역은 약값이 저렴하다는 입소문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한 20대 남성은 “예전엔 혼자 고민만 했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치료받고 싶어 왔다”며 “지인 추천으로 A병원에서 진료받고 B약국에서 약을 사는 코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탈모약값은 내가 버는 돈 중 가장 아깝지 않은 지출”이라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탈모 진료 인원은 약 25만 명에 달한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탈모를 질병으로 인식하고 치료에 나서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 20대, 종로5가 약국 결제금액 증가율 1위
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종로5가 약국들의 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대의 결제 금액과 방문자 수 증가율이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대비 2024년 종로5가 약국 방문자 수 증가율은 20대가 25.1%로 가장 높았고, 40대(10%), 50대(7.9%) 순이었다. 결제 금액 증가율 역시 20대가 34.5%로 가장 컸다. 30대부터 60대 이상까지는 모두 10% 안팎의 증가율을 보였다.

◆ 평균 결제금액 7만~19만원…20대는 9만 원대
올해 1분기 기준 종로5가 약국 1회 방문 시 결제금액은 평균 7만~19만원대였다. 60대 이상이 평균 19만1764원으로 가장 많았고, 20대도 평균 9만8743원을 지출해 30대(7만9631원), 40대(7만3410원), 50대(6만1012원)보다 높았다.
다만 BC카드는 이번 데이터가 탈모약 결제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탈모약 전문 약국으로 알려진 특정 지역의 데이터를 분석한 만큼 탈모 관련 소비로 추정 가능하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약값보다 높은 금액은 한 번에 복수의 탈모약을 처방받는 소비 행태 때문으로 보인다.
◆ 탈모인들의 ‘불금’…가장 많이 몰리는 요일은 금요일
요일별 소비 분석에서도 특이점이 나타났다. 2024년 1분기 기준 종로5가 약국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았던 요일은 금요일이었다. 전체의 20.4%가 금요일에 집중됐다. 결제 건수(19.5%)와 방문자 수(18.9%)도 금요일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일요일은 매출(3.8%), 결제 건수(4.8%), 방문자 수(5.3%) 모두 가장 낮았다. 나머지 평일과 토요일은 대체로 15% 내외의 비중을 보였다. 금요일 저녁을 ‘탈모 치료의 날’로 삼는 이들이 늘면서 종로5가는 2030 탈모인의 ‘불금’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