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진출하자마자...한국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 믿기 힘든 일 벌어졌다

2025-06-0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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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38분 만에 초추웡 2-0(21-11 21-10)으로 꺾고 4강 진출
직전 싱가포르오픈 8강에서 안세영 2-0으로 꺾은 천위페이

한국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삼성생명·세계랭킹 1위)이 또 하나의 ‘믿기 힘든’ 순간을 만들어냈다. 2025 인도네시아오픈 4강에 가뿐히 진출한 직후, 그녀의 가장 강력한 우승 경쟁자인 천위페이(중국·5위)가 허벅지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기권한 것이다. 안세영의 ‘우승 로드맵’이 한순간에 다시 그려지는 반전의 전개였다.

한국 최초 세계선수권 우승 후 환호하는 안세영. 기사와 무관 / 연합뉴스
한국 최초 세계선수권 우승 후 환호하는 안세영. 기사와 무관 / 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인도네시아오픈 여자단식 8강전에서 안세영은 태국의 포른파위 초추웡(세계랭킹 8위)을 2-0(21-11 21-10)으로 완파했다. 경기 시간은 단 38분. 말 그대로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로써 안세영은 대회 3경기 연속 ‘무실세트’로 4강에 안착했다.

앞서 32강에서는 부사난 옹밤룽판(12위·태국)을 21-14, 21-11로 제압했고, 16강에선 소속팀 동료인 김가은(삼성생명)을 상대로 21-7, 21-11로 압도했다. 초추웡과의 전적 역시 11전 11승, 패배 없이 승전보만 이어가고 있다.

안세영의 경기력만큼이나 화제를 모은 건, 같은 날 터진 천위페이의 기권 소식이었다.

천위페이는 같은 날 한웨(4위·중국)와 8강전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경기를 앞두고 돌연 기권을 선언했다. 그는 SNS를 통해 "허벅지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를 포기하게 됐다"며 부상 상황을 직접 전했다.

2024년 8월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 허빙자오에게 실점 후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4년 8월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 허빙자오에게 실점 후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는 곧바로 안세영의 우승 판도를 뒤흔드는 중대한 변수로 작용했다. 당초 안세영과 천위페이는 결승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특히 천위페이는 올해 들어 안세영에게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선수다. 직전 대회인 싱가포르오픈 8강에서 안세영을 2-0으로 꺾고, 안세영의 국제대회 전승 행진과 싱가포르오픈 3연패 도전을 동시에 좌절시킨 바 있다.

또한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천위페이는 안세영에게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두 선수의 통산 전적은 13승 11패로 아직 천위페이가 앞선다. 하지만 안세영은 최근 경기에서 점차 격차를 좁히며 세계 최정상으로 올라선 상태다.

천위페이의 기권으로 안세영은 사실상 ‘빅매치 없는 결승길’을 걷게 됐다.

그러나 앞길이 결코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4강에서 기다리는 상대는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3위)다.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은 12승 14패로 야마구치가 근소하게 앞서 있지만, 최근 5번의 맞대결에서는 안세영이 3승 2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올해 3월 전영오픈 4강에서 안세영은 야마구치를 21-12, 21-17로 꺾은 바 있다.

결승에 진출할 경우 유력한 상대는 중국의 왕즈이(2위)가 될 전망이다. 왕즈이는 같은 날 한웨를 꺾고 4강에 올랐으며, 상대 전적에서도 8승 3패, 최근 4연승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 구도는 안세영이 전영오픈에서 우승할 당시와 매우 유사하다. 당시 안세영은 4강에서 야마구치를, 결승에서 왕즈이를 차례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에서 부상을 안고도 왕즈이를 2-1(13-21 21-18 21-18)로 꺾는 투혼을 보여줬다.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안세영이 2024년 8월 5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 중국의 허빙자오 선수와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 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안세영이 2024년 8월 5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 중국의 허빙자오 선수와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 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이번 인도네시아오픈은 안세영에게 단순한 타이틀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다. 올해 초 그녀는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전영오픈 등 주요 대회를 휩쓸었고, 수디르만컵(혼합단체전)에서도 전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직전 싱가포르오픈 8강에서 천위페이에게 패하며 흐름이 끊겼고, 그런 상황에서 이번 대회는 완벽한 반등의 무대가 되고 있다.

8강까지 모든 경기를 2-0으로 끝내며 무결점 경기력을 뽐내는 안세영. 4강과 결승을 넘는다면, 다시 한번 ‘우승 시나리오’를 현실로 완성하게 된다. 그 시나리오는 단순한 기대를 넘어, 현실 가능한 그림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수많은 팬들이 믿기 힘들 만큼 간절하게 바라는 결말이 가까워지고 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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