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이 먹으면 특히 좋아서 '천연 비아그라'라는 말까지 듣는 열매

2025-06-07 21:08

add remove print link

이름 들으면 갸우뚱해도 씨앗 보면 누구나 ‘아~’ 소리 나오는 약초

박주가리 / 국립생물자원관
박주가리 / 국립생물자원관

겨울이 되면 두 쪽으로 갈라진 열매 안에서 은빛 솜털을 단 씨앗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새가 둥지를 떠나듯 씨앗들이 순차적으로 새 삶의 터를 찾아 떠난다. 한국 전역의 들판과 도심 공원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 겉모습만으로도 시선을 끄는 이 덩굴식물이 천연 비아그라로 불리는 박주가리다.

박주가리 씨앗 / '특종TV' 유튜브
박주가리 씨앗 / '특종TV' 유튜브

박주가리는 용담목 박주가리과에 속하는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2~4m까지 뻗으며, 다른 식물을 감고 올라가지만 햇볕을 가리며 해를 끼치기보다는 공존한다. 줄기나 잎을 자르면 하얀 유액이 흘러나오는데, 이 유액에는 독성이 포함돼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잎은 마주나며 심장형으로, 길이 5~10cm, 폭 3~6cm로 가장자리가 매끈하다. 꽃은 7~8월에 잎겨드랑이에서 피어나며, 연한 보라색이나 흰색으로 지름 1~1.5cm의 종 모양 꽃부리를 형성한다. 열매는 8월에 익으며, 길이 6~10cm의 울퉁불퉁한 골돌과로, 씨앗에는 흰 솜털이 달려 있어 바람에 날아 퍼진다.

한국 전역, 특히 햇볕이 잘 들고 건조한 들판, 하천 둑, 밭 언저리, 도심 공원, 생울타리 등에서 쉽게 발견된다. 강인한 생명력 덕분에 다양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이름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열매가 마르면 배 모양으로 두 쪽 갈라지는 모습이 박(호박)이 쪼개진 것과 비슷해 ‘박 쪼가리’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다른 이름으로는 새박덩굴, 박주라기, 박조라기 등이 있다.

박주가리 / 국립생물자원관
박주가리 / 국립생물자원관

박주가리 씨앗은 민들레처럼 한꺼번에 날아가지 않고 꼬투리가 갈라지며 순차적으로 바람을 타고 떠난다. 이 독특한 번식 방식은 박주가리가 자연의 리듬에 맞춰 생존하는 지혜를 보여준다. 왕나비 애벌레의 먹이식물이다. 왕나비 애벌레는 박주가리 독성을 흡수해 천적을 방어하는 데 활용한다.

박주가리는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지만, 약효가 가장 강한 시기는 여름에서 가을, 특히 8월 이후다.

이 시기에 열매와 잎, 줄기가 약용과 식용으로 최적의 상태를 이룬다. 봄에 돋아나는 어린 순은 부드럽고 약간의 단맛이 있다. 채취 후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1~2분 데친 뒤 찬물에 헹군다. 데친 순을 다진 마늘, 매실액, 소금, 참기름, 후추로 간단히 무쳐 나물로 먹는다. 식감은 아삭하면서도 부드럽고, 은은한 풀내음이 특징이다.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유액에 독성이 있기에 데쳐서 먹는 것이 안전하다.

박주가리 / 국립생물자원관
박주가리 / 국립생물자원관

8월 초중순에 채취한 연한 열매는 날로 먹거나 쪄서 요리할 수 있다. 날로 먹을 때는 껍질째 먹어도 된다. 수분이 많고 달콤한 맛이 난다. 쪄서 먹을 경우 열매를 깨끗이 씻어 전자레인지에 5분 정도 돌리거나 찜기에 10분 쪄낸다. 쪄낸 열매는 양념장에 찍어 반찬으로 즐길 수 있다. 가지처럼 쫄깃한 식감과 달콤한 풍미가 어우러져 색다른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가리 / 국립생물자원관
박주가리 / 국립생물자원관

약재로도 이용할 수 있다. 전초를 나마, 열매를 나마자, 열매 껍질을 천장각, 뿌리를 나마초라고 한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채취한 잎, 줄기, 열매는 말려 약재로 사용한다. 깨끗이 씻은 재료를 잘게 썰어 그늘에서 말린 뒤, 1회 5~15g을 물 500ml에 넣고 약한 불에서 20~30분 달여 마신다. 또는 말린 재료를 곱게 갈아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 먹는다. 이 방법은 전통적으로 강장, 강정, 해독 효과를 얻기 위해 사용됐다. 익은 열매의 씨앗은 가루로 만들어 복용하며, 특히 소화가 잘 안 될 때 효과적이다.

박주가리 / 국립생물자원관
박주가리 / 국립생물자원관

박주가리는 ‘천연 비아그라’라는 별칭으로 유명하다. 이는 강장, 강정 효과로 남성의 발기부전, 여성의 허약체질, 신체 허약증 개선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 유튜브 채널은 박주가리를 소개하는 콘텐츠에 열매를 먹고 각방을 쓰던 중년 부부가 합방했다는 내용의 우스개 제목을 달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잎, 줄기, 열매는 신체 허약, 결핵성 질환, 유즙 부족, 옹종(종기), 피부질환 치료에 사용됐다. 특히 폐와 기관지에 좋아 가래를 줄이고 천식을 완화하며, 장을 윤활하게 해 변비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최근 연구에서는 박주가리 추출물이 뇌 신경세포 손상을 보호하고 신경 행동학적 회복 효과가 있다는 특허도 나왔다. 이는 치매 등 노화 관련 질환 예방에 기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박주가리 / 국립생물자원관
박주가리 / 국립생물자원관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