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이 대통령-트럼프 통화 결과에 대해 발표하지 않을까

2025-06-0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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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의 침묵 두고 의견 분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 대통령 사진의 출처는 대통령실이고 트럼프 대통령 사진은 AI 툴로 제작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 대통령 사진의 출처는 대통령실이고 트럼프 대통령 사진은 AI 툴로 제작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 통화가 지난 6일 이뤄졌지만 한국과 달리 미국은 하루가 지나도 관련 내용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한국 대통령실은 통화 직후 상세한 내용을 공개한 데 반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현지시각으로 7일 오후 8시까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통화는 미국 동부시간 6일 오전 9시(한국시각으론 6일 오후 10시)부터 약 20분간 진행됐다. 한국 대통령실은 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했다고 밝혔다. 또한 양국 정상은 한미 간 관세 협상에서 양측이 만족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실무 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미국으로 초청했고, 이 대통령은 한미가 특별한 동맹으로서 자주 만나 협의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G7 정상회의나 양자 방문을 통해 가능한 한 빠르게 만나기로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정상 통화 결과 발표가 주로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모든 통화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처럼 국제적 주목도가 높은 경우에는 통화 직후 상세히 공개했다. 반면 특정 성과를 홍보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을 때만 선택적으로 내용을 알렸다. 지난 4월 8일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통화 후에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 비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히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를 강조했다.

취임이나 당선 축하를 겸한 통화의 경우 공개 여부는 상황에 따라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중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통화 후 즉시 트루스소셜에 결과를 알렸지만, 지난달 8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통화는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대통령과의 통화한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것을 이례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외교가에서는 이 사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며칠간 조용한 태도를 유지하는 게 아니냔 말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번 통화가 이 대통령 취임 사흘째인 6일에 이뤄진 점은 2000년대 이후 한국 대선 직후 1~2일 내 통화가 이뤄졌던 관례와 비교하면 다소 늦은 편이다. 또한 이 대통령 당선에 대한 백악관의 초기 반응에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이례적이었다.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대해 “한미동맹은 철통같다”라면서도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에 대해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에 대한 견제 메시지로 해석되기도 했다.

미국 주요 매체의 보도도 이번 통화에 대한 백악관의 침묵에 주목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 대통령실 발표를 인용해 통화 사실을 보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미국으로 초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백악관에 통화 내용에 대한 논평을 요청했으나 즉각적인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내 다른 주요 언론사에서도 이 통화에 대한 별다른 보도가 없는 상황이다. 이는 통화가 실제로 이뤄졌음에도 미국 측에서 공식적으로 강조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로키’(low-key) 접근이 반드시 부정적인 신호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재명 정부가 각료 인선 등 초기 진용을 구축하는 단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방위비 분담금이나 관세 같은 민감한 사안을 즉각 제기할 경우 한국 정부가 자체 일정에 따라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서 속도전을 선호하는 성향이기에 미국의 조용한 태도가 한국에 전략적 여유를 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통화 지연과 미국의 조용한 반응을 두고 한국의 정권 교체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이 보수에서 진보 성향의 정부로 바뀐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재명 정부의 외교 기조를 더 지켜보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강조하며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주변국과도 실용적 관계를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서두르지 않고 타국 협상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면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의 상호작용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재명 정부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4~25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NATO 정상회의도 두 정상의 만남 기회로 주목된다. 이들 만남이 한미동맹의 향후 방향과 관세 협상, 방위비 분담금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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