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물에 동동 띄우는 수박? 낭만 찾다가 '식중독' 걸립니다

2025-06-0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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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물에 숨겨진 위험한 세균의 실체
피서지에서 안전하게 과일 보관하는 법

여름 피서지에서 과일을 어떻게 보관해야 위생상 안전할가

여름철, 무더위를 피해 계곡을 찾는 이들이 많다. 자연 속에서 피서를 즐기며 손수 준비한 음식과 과일을 꺼내 먹는 일은 여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다. 특히 시원한 계곡물에 수박이나 복숭아, 포도 등 과일을 담가두고 먹는 모습은 오랜 시간 ‘피서지의 낭만’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과연 계곡물에 과일을 담가도 괜찮은 걸까? 단순한 낭만이 아니라, 위생과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는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계곡물에 과일을 담그는 행위는 위생적으로 안전하지 않다. 국내 대부분의 계곡물은 식수나 생활용수로 적합한 수준의 수질 관리를 받지 않는다. 즉, 계곡물은 겉보기에는 맑고 깨끗해 보여도 실제로는 다양한 오염원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보건 전문가들은 계곡물에는 대장균, 살모넬라균, 리스테리아균, 크립토스포리디움 같은 병원성 미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특히 대장균은 사람이나 동물의 분변에서 유래되는 경우가 많아, 인근에 야영객이나 등산객이 많은 지역일수록 오염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야생동물의 배설물이나 낙엽, 이끼, 흙 속 세균도 수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오염된 물에 과일을 직접 담그면 과일의 껍질에 세균이 부착되거나 물이 스며들 수 있다. 특히 복숭아처럼 미세한 털이 있는 과일이나 포도처럼 껍질째 먹는 과일은 계곡물과 직접 접촉했을 경우 세균이 쉽게 남는다. 설사 과일 껍질을 벗긴다 해도, 외부 오염이 속살까지 퍼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그렇다면 계곡물에 과일을 잠시 담그는 것조차 위험할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여름철 야외에서 물을 활용할 때는 반드시 수질이 확인된 물을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특히 먹는 음식이나 식재료를 직접 접촉시킬 경우에는 정수된 물, 생수, 혹은 끓인 물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곡물처럼 수질이 불분명한 물은 ‘비접촉용’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일을 시원하게 보관하고 싶다면, 밀폐된 아이스박스나 얼음팩을 활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최근에는 과일을 소분해 진공포장한 뒤 얼음과 함께 보관할 수 있는 냉장용기나 보냉 파우치도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어 이를 이용하면 위생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와 함께 피서를 떠났을 경우, 식중독 위험에 더욱 민감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실제로 여름철 식중독 환자는 다른 계절에 비해 두드러지게 증가한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여름철(6~8월)에 전체 식중독 환자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부적절한 식재료 보관’이 지목되고 있다. 비위생적인 물에 담갔던 과일이나 음식물이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계곡물의 수온 자체도 문제다. 얼핏 차갑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여름에는 물속 온도가 생각보다 금방 올라간다. 이 경우 수박 같은 과일이 부패되기 쉬운 온도대(20~30도)에 장시간 노출돼 세균 증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계곡물에 과일을 담그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과일 껍질이나 비닐 포장재, 스티로폼 상자 등을 물속에 두면, 나중에 무심코 흘러내려가는 경우가 많고 이는 곧 수질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히려 자연을 보호하고, 다음 사람을 위해 계곡을 깨끗이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여름 피서문화다.

물론 일부에서는 “예전부터 해왔던 일인데 너무 민감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는 달라졌다.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으로 자연의 자정 능력은 예전만 못하며, 인구 밀집 지역과 관광지 주변의 수질은 더더욱 악화되고 있다. 과거에 ‘괜찮았던 방식’이 지금도 괜찮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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