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안세영, 4년 만에 '대역전' 우승…믿기 힘든 소식 전해졌다

2025-06-0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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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 4년 만에 '인도네시아오픈 제패'
중국 왕즈이(2위) 2-1(13-21 21-19 21-15)로 꺾고 대역전승

세계 여자 배드민턴 랭킹 1위 안세영(삼성생명)이 다시 한 번 ‘세계 최강’이라는 이름값을 해냈다. 4년 만에 인도네시아오픈 정상을 탈환하며, 온몸으로 써 내려간 대역전 드라마는 단순한 승리를 넘어 감동을 남겼다. 경기력, 정신력, 그리고 투지까지 완벽했던 이 승리는 안세영의 올 시즌 다섯 번째 국제대회 우승이자, 세계 배드민턴을 향한 강렬한 메시지였다.

안세영이 2023년 10월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 중국 천위페이와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환호하고 있다 / 뉴스1
안세영이 2023년 10월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 중국 천위페이와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환호하고 있다 / 뉴스1

연합뉴스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스토라 겔로라 붕 카르노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인도네시아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안세영은 세계 랭킹 2위 왕즈이(중국)를 세트스코어 2-1(13-21 21-19 21-15)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안세영은 지난 2021년 인도네시아오픈 첫 우승 이후 4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오르며 대회를 통산 두 번째 제패했다.

안세영이 인도네시아오픈 시상대 맨 위에 선 건 2021년 첫 우승 이후 4년 만이다. 2024년 대회에서는 천위페이(중국·5위)에게 결승에서 1-2로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 결승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1게임에서 안세영은 13-21로 완패하며 고전했고, 2게임 초반 역시 1-7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다. 경기력 자체가 흔들렸고, 왕즈이는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우위를 점하는 듯했다. 그러나 안세영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9-17로 밀리던 상황에서 점차 흐름을 끌어오기 시작하더니, 특유의 끈질긴 수비와 정확한 리턴으로 19-18 역전에 성공했고, 결국 2게임을 21-19로 따냈다.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온 안세영은 3게임에서도 한층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가며 21-15로 마무리, 완벽한 대역전승을 완성했다.

안세영의 이날 승리는 단순한 역전극을 넘어 ‘왕좌 탈환’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지난해 준우승의 아쉬움을 지운 것은 물론, 올 시즌 인도네시아오픈을 포함해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전영오픈까지 5개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재확인했다.

안세영이 2023년 10월 1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 결승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천위페이를 상대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 뉴스1
안세영이 2023년 10월 1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 결승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천위페이를 상대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 뉴스1

결승 후반의 집중력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2게임 중반까지 끌려가던 안세영은 매 포인트마다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호흡을 지키며, 점차 왕즈이를 압박해 나갔다. 상대가 당황하며 실책을 범하는 사이, 안세영은 오히려 경기 흐름을 완전히 장악했다. 왕즈이는 1게임에 이어 2게임 초반까지 승기를 잡았지만, 2게임 후반부터 경기력이 눈에 띄게 흔들리며 안세영의 플레이에 무너졌다.

이번 승리로 안세영은 왕즈이를 상대로 한 최근 강세를 이어가게 됐다. 지난 3월 전영오픈 결승에서는 발목 부상을 안은 상태에서도 왕즈이를 상대로 2-1(13-21 21-18 21-18) 역전승을 거뒀고, 4월 수디르만컵 결승 여자 단식 경기에서도 2-0(21-17 21-16) 완승을 거둔 바 있다. 이번 인도네시아오픈 결승까지 포함해 올 시즌 왕즈이와의 맞대결 전적은 전승이다.

결승 직후 안세영은 특유의 포효로 코트를 울렸고, 현지 팬들의 박수 속에 시상대에 올랐다. 코트 인터뷰에서 안세영은 대역전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영어로 “저스트 아임 싱킹, 트러스트 마이셀프(Just I'm thinking, trust myself)”라며 웃어 보였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모두가 나를 믿어주는 상황에서 끝까지 집중할 수 있었다. 내 자신을 믿고 포기하지 않았던 게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고 스포티비뉴스는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안세영은 결승을 제외한 모든 라운드에서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다.

32강에서는 부사난 옹밤룽판(태국·12위)을, 16강에서는 김가은(삼성생명·25위)을, 8강에서는 포른파위 초추웡(태국·8위)을, 4강에서는 야마구치 아카네(일본·3위)를 모두 2-0으로 제압했다. 완벽한 경기력으로 결승까지 올라온 만큼, 대회 전체를 통틀어 ‘지배자’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펼쳤다.

안세영이 2023년 10월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 중국 천위페이와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뉴스1
안세영이 2023년 10월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 중국 천위페이와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뉴스1

한편, 안세영은 지난 5월 30일 열린 싱가포르오픈 8강전에서 천위페이에게 0-2로 패하며 시즌 첫 국제대회 패배를 기록한 바 있다. 수디르만컵까지 포함해 2025년 들어 출전한 대회에서 유일한 패배였던 만큼, 인도네시아오픈 우승은 다시 흐름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천위페이는 이번 인도네시아오픈 8강에서 부상으로 기권했다.

이번 대회는 안세영의 단식 우승 외에도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전체에게 의미 있는 결과로 남았다. 남자 복식에서는 서승재-김원호(이상 삼성생명)가 사바르 구타마-모 이스파하니(인도네시아·8위)를 상대로 접전 끝에 2-1(18-21 21-19 21-12)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추가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오픈과 전영오픈에 이어 인도네시아오픈까지 석권하며 완벽한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인도네시아오픈을 통해 안세영은 단지 경기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세계 무대에서 한국 배드민턴의 자존심을 세웠다. 꾸준함과 담대함, 그리고 흔들림 없는 자기 신뢰를 바탕으로 이룬 ‘4년 만의 탈환’은 그녀의 커리어에서 또 하나의 결정적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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