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마리 이상...무안 해안서 대량 서식지 발견돼 난리 난 '멸종위기 동물'

2025-06-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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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감춘 지 5년 만에 무안 해안가서 서식지 발견
껍데기 주둥이 지름은 17㎜, 껍데기 높이는 34㎜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멸종위기종이 갑자기 무안 해안에서 대량으로 발견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흔적조차 없던 이 동물의 무더기 서식이 확인되면서, 해안 생태계에 적신호와 동시에 보호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재구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재구성한 자료사진.

바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대추귀고둥’ 이야기다.

kbc광주방송에 따르면 갯벌 생태계의 핵심 지표종으로 손꼽히는 이 연체동물은, 무분별한 연안 개발과 오염으로 인해 5년 전 무안 갯벌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올해, 무려 200마리 이상이 갯잔디 사이에서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서식 중인 것으로 확인돼 관련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를 놀라게 했다.

▲왜 이토록 중요한가?

대추귀고둥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의 작고 평범한 고둥처럼 보이지만, 갯벌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핵심 생물로 꼽힌다. 육지에서 폐호흡을 하며 생활하는 드문 종으로, 갯벌 속 유기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며 생태계 균형을 지탱해주는 존재다. “이 고둥이 있다는 건, 그 갯벌이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에 확인된 개체들은 갯잔디 주변, 돌 밑, 진흙 틈새 등에 작게 모여 있었으며, 일부는 갯벌 표면을 기어 다니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대추귀고둥이 돌아왔다는 건, 갯벌이 스스로 회복 중이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대추귀고둥 / 국립생물자원관
대추귀고둥 / 국립생물자원관

▲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들의 귀환이 마냥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대추귀고둥이 발견된 해안 일대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인근 농지에서 흘러나오는 토사 유입은 여전하며, 잘못된 접근으로 생태계에 추가적인 타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매체에 따르면 실제 현장에는 임시 안내판이 설치돼 있지만, 뚜렷한 보호구역 지정이나 감시체계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일부 주민과 관광객들이 무심코 밟고 지나갈 수 있는 만큼, 서식지에 대한 체계적인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대추귀고둥 / 국립생물자원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대추귀고둥 / 국립생물자원관

▲ 대추귀고둥, 대체 어떤 동물인가?

학명: Ellobium chinense

껍데기 높이 약 3.4cm, 주둥이 지름 1.7cm

껍데기는 대추 모양, 귀처럼 생긴 입구가 특징

주로 서해·남해 갯벌 초지대에 서식

1월~3월엔 땅속 10cm 굴에서 동면

이들은 일반 고둥과 달리 물 속보다 갯벌 위에서 주로 생활하며, 폐로 호흡하는 ‘육산패류’라는 특이한 생태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환경부는 이들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무단 채취 시 최대 3년 징역 또는 3000만 원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유튜브, KBC 뉴스

▲ 전국 곳곳에서도 발견됐지만...

대추귀고둥의 서식지는 무안뿐 아니라, 과거 전북 부안·고창 갯벌 습지보호지역, 순천만, 광양 익신산단 조성지 일대 등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 특히 2019년엔 국립공원공단이 변산반도국립공원 내에서도 이들의 서식지를 발견해 대체서식지 조성 사업에 착수한 바 있다.

이번 무안 갯벌에서의 발견은 “단순한 복귀”를 넘어, 자연 회복력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로 “지금 보호하지 않으면, 이들이 다시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라는 우려도 공존한다.

무안 해안서 대량 서식지 발견된 멸종위기종 '대추귀고둥' / 유튜브 'KBC 뉴스'
무안 해안서 대량 서식지 발견된 멸종위기종 '대추귀고둥' / 유튜브 'KBC 뉴스'

▲ 생태계가 보내는 마지막 신호일지도 모른다

대추귀고둥은 단지 작은 생물 그 자체가 아니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기수역 생태계의 건강성을 상징하는 ‘생물학적 경고등’이자, 인간이 만든 위협 속에서 기적처럼 버텨온 생존자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발견을 넘어선 실천이다. 보호구역 지정, 토사 유입 차단, 환경 교육, 주민 협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이 200마리는 다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무심코 걷던 갯벌, 그 아래에서 외치는 생명의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갯잔디 군락지 곳곳서 서식 확인된 대추귀고둥 / 유튜브 'KBC 뉴스'
갯잔디 군락지 곳곳서 서식 확인된 대추귀고둥 / 유튜브 'KBC 뉴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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