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과 길가에 널려 있는 이 들풀.... 이 병 있는 사람은 절대 지나치지 마세요

관절염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통증은 일상을 짓누르는 무거운 그림자다. 뻣뻣한 관절, 욱신거리는 아픔, 그리고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불편함은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삶의 질까지 갉아 먹는다. 관절염 환자들에게 좋은 약초 나물이 있다. 싱아. 새콤한 향이 퍼지는 청녹색 줄기와 잎을 가진 싱아는 관절염 치료에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약초다. 싱아가 어떤 식물인지, 어떤 성분이 관절염에 도움을 주는지 들여다보자.

싱아는 마디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전국 산기슭, 들판, 길가, 빈터에서 자라며, 키는 1~2m까지 자란다. 줄기는 단단하고 둥글며, 청녹색에 붉은빛이 살짝 감돈다. 잎은 길쭉한 피침형으로 길이는 12~15cm, 너비는 2.5~5cm다.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 톱니가 있다. 6~8월에는 흰색의 자잘한 꽃이 원추꽃차례로 핀다.

이름은 줄기와 잎에서 나는 신맛에서 유래했다. 한약명은 ‘산모(酸募)’. 뿌리, 잎, 줄기 모두 약재로 쓰이지만, 관절염 치료의 핵심은 뿌리다. 오래된 뿌리는 어른 팔뚝만 하게 굵어진다.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관절염은 관절에 염증이나 손상이 생겨 통증과 뻣뻣함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특히 류머티스 관절염은 면역체계가 자신의 관절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난치병이다. 증상은 다양하지만 가장 두드러진 것은 관절 통증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관절이 뻣뻣해 움직이기 어려운 ‘조조강직’은 류머티스 관절염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 통증은 손가락, 손목, 무릎, 발목 등 여러 관절에서 욱신거리거나 쑤시는 느낌으로 나타난다. 심하면 문고리를 돌리거나 계단을 오르는 일상적인 동작조차 고통스럽다. 염증이 심해지면 관절이 붓고, 붉게 변하며, 열감이 동반되기도 한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건성과 습성으로 나뉜다. 건성 관절염은 음식물의 불완전 연소로 생긴 노폐물이나 무기수산이 칼슘과 결합해 관절에 쌓이는 것이다. 열은 없지만 관절에서 딱딱 소리가 나며 통증이 따른다. 습성 관절염은 세균 침투로 갑작스럽게 열이 나며 발병하고, 관절에 물이 차는 특징이 있다. 건성보다 습성이 치료가 수월하다. 싱아는 특히 습성 류머티스 관절염에 빠른 효과를 보인다.

싱아의 관절염 치료 효과는 뿌리에 다량 함유된 유기수산에서 나온다. 수산은 모든 식품에 소량 존재하는 물질이다. 음식에 열을 가하면 유기산이 무기수산으로 바뀌고, 이는 칼슘과 결합해 신장결석, 동맥경화, 류머티즘 같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싱아 뿌리의 유기수산은 몸속 무기수산을 유기수산으로 전환해 독소를 배출하고 관절 건강을 돕는다. 이 과정은 탁한 물에 맑은 물을 부어 정화하는 것과 비슷하다. 싱아 뿌리의 유기수산 함량은 다른 식물보다 월등히 높아 관절염 치료에 탁월하다. 심한 관절염으로 거동이 어려웠던 사람들이 싱아 뿌리 담금주를 마신 후 걸어 다닐 정도로 회복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아가 관절에 쌓인 염증과 독소를 줄이는 데 기여함을 보여준다.

싱아를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건 뿌리를 이용한 담금주다. 9~10월 가을에 캐낸 뿌리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린 뒤 소주에 담근다. 일주일 정도 두면 노란빛이 우러나는데, 소주잔으로 하루 서너 번 한 잔씩 마신다. 이 방법은 습성 관절염의 열과 부종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뿌리 외에도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으로 활용된다. 잎은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거나, 생으로 상추처럼 쌈을 싸서 먹는다. 줄기는 꺾어 생으로 씹으면 수분이 많아 상쾌한 식감을 준다. 샐러드나 생즙으로도 즐길 수 있으며, 피부병 치료를 위해 생즙을 바르기도 한다. 약재로 사용할 때는 6~8월 온포기를 말려 쓰거나, 9~10월 뿌리를 캐서 하루 15~20g을 달여 마신다. 피부질환에는 달인 물이나 생초를 짓이겨 바른다.

싱아의 맛은 새콤하다. 줄기와 잎을 생으로 씹으면 레몬처럼 톡 쏘는 신맛이 입안을 채우고, 풀내음이 은은하게 퍼진다. 이 신맛은 유기수산에서 비롯한다. 먹을수록 개운한 맛이다. 수분이 풍부해 식감이 아삭하고 상쾌하다. 다만 신맛이 강해 많이 먹으면 신진대사를 방해할 수 있으니 적당량을 섭취해야 한다. 또한 차가운 성질을 가지며 약간의 독성이 있으니 과다 복용은 피해야 한다. 임산부나 특정 질환이 있는 사람은 의사와 상담 후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싱아는 관절염 외에도 위장 기능을 강화해 위궤양, 설사, 소화불량을 개선하고, 간 기능을 돕고 이뇨 작용을 촉진한다. 열사병, 일사병, 치질, 황달, 피부질환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산이 많은 다른 식품으로는 시금치, 대황, 바나나, 코코아, 팥, 커피, 홍차, 후추, 근대, 고추, 강낭콩, 쇠고기가 있다. 이들은 열을 가하지 않고 생으로 먹을 때 유기수산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싱아 역시 생으로 먹거나 최소한의 가공을 거쳐 섭취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피부병 치료에도 싱아 생즙을 바르면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싱아를 채취할 때는 시기가 중요하다. 6~8월에는 온포기를 말려 약재로 쓰고, 9~10월에는 뿌리를 캐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