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들썩…인도네시아오픈 제패한 안세영, 귀국 직후 꺼낸 '한마디'
2025-06-0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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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 뒤집고 4년 만에 인도네시아오픈 제패한 안세영
결승전서 세계랭킹 2위 왕즈이 2-1로 제압하고 역전승
"정말 지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 내 목표는 항상 최고 정상에 오르는 것."
패색이 짙던 순간, 경기장을 뒤집어놓은 믿기 힘든 역전극. 그리고 금의환향한 9일 인천국제공항의 취재 열기를 단숨에 사로잡은 단 한마디. 안세영(23·삼성생명)의 이 말은, 단순한 소감 그 이상이었다.
세계랭킹 1위, 여자 단식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안세영은 이번에도 전설을 다시 썼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귀국한 안세영은 인도네시아오픈(세계배드민턴연맹 BWF 월드투어 슈퍼 1000)에서의 극적인 우승을 마치고 금메달보다 더 묵직한 이야기를 남겼다.
그는 전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왕즈이를 2-1로 제압하며 2021년 이후 4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복귀했다. 더욱 극적인 것은 경기 내용이다. 1세트를 13-21로 허무하게 내준 뒤, 2세트도 9-17까지 끌려가며 패배 직전까지 몰렸지만, 믿기지 않는 집중력으로 21-19 대역전. 이어진 3세트마저 21-15로 장악하며 경기를 끝냈다.
"올해 국제대회에서 단 한 번만 졌어요. 그게 너무 아쉬워서 더 이를 악물고 뛰었어요."
귀국 직후 마주한 카메라 앞에서 안세영은 조용하지만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올해 안세영은 말레이시아오픈, 전영오픈 등 권위 있는 국제 대회에서 줄줄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벌써 5승을 달성했다. 단 하나의 패배, 싱가포르오픈 8강전에서의 천위페이(중국) 전이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싱가포르오픈에선 아무것도 못 해보고 졌어요. 그때 너무 답답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조언도 많이 구했죠. 그게 이번엔 큰 도움이 됐어요."
이번 대회 우승의 원동력은 단순한 체력이나 기술이 아니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먼저 찾자'는 냉정한 자기 점검과, 코치진의 격려 속에서 자신을 다시 믿은 결과였다. "초반엔 경기가 안 풀렸는데, 코치님이 '포기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어라'고 하셔서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2세트 12-17 상황, 안세영은 상대가 흔들린 틈을 파고들었고, 그 순간이 역전의 기폭제가 됐다. "상대가 당황한 게 느껴졌어요. 흥분하지 않고 나만의 플레이를 했고, 결국 내가 이길 수 있었죠."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코트 밖의 안세영은 요즘 영어 공부에 빠져 있다. "선수들이 영어로 말을 많이 걸더라고요. 새벽마다 조금씩 공부 중이에요" 라며 웃음 지은 그는 세계무대에서 더 자유로운 소통을 위한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번 인도네시아오픈에서 한국 대표팀은 여자 단식 외에도 남자 복식에서 금빛 성과를 냈다. 서승재-김원호 조는 세계랭킹 8위 인도네시아 복식조를 상대로 접전 끝에 2-1 승리를 거두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이들 역시 말레이시아오픈과 전영오픈에 이어 이번 슈퍼 1000 대회까지 석권, '금빛 합'을 자랑했다.
여자단식의 최강자이자 '불패의 상징'으로 떠오른 안세영은 앞으로 더 단단해질 것이다. "많은 선수가 저를 분석하고 있어요. 몸도 머리도 하나뿐이라 한계는 있죠. 하지만 이제 내가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더 명확해졌어요."
무대 위에서, 그리고 무대 아래에서 끊임없이 진화 중인 안세영. 한 번의 패배, 그리고 다시 시작된 승리의 흐름. 불패 신화를 향한 여정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