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엄청나게 잡히는데... 국산은 모두 버리고 수입해서 먹는 해산물

2025-06-11 07:06

add remove print link

한국 어민들 생계 위협하는 골칫거리 취급

노무라입깃해파리 / 국립수산과학원
노무라입깃해파리 /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부가9일 해파리 대량발생 위기경보를 기존 '관심' 단계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해 발령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해파리 예비주의보 특보를 추가로 발표함에 따른 조치다. '주의' 단계는 예비주의보가 내려진 해역이 2곳 이상일 때 발령되는 기준이다.

수산과학원과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3월부터 우리나라 연안 해역에서 해파리 출현을 관찰한 결과, 보름달물해파리가 전남 득량만과 가막만 일대에서 헥타르당 최대 4만 개체까지 출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대부분은 몸길이 10cm 미만의 작은 개체였다.

수산과학원은 지난 4일 ‘부산·경남 남해 앞바다’에 해파리 예비주의보 특보를 발령한 데 이어 이날 '전남 남해 앞바다'에도 특보를 발표했다. 이에 해수부는 해파리 대량발생 위기경보 기준에 따라 기존 '관심' 단계를 '주의'로 격상했다.

해파리 / EBS
해파리 / EBS

보름달물해파리는 한국에서 자생하는 해파리다. 독성은 강하지 않지만 대량 발생하면 그물을 찢거나 어획량과 품질을 떨어뜨리는 등 어업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올해 2, 3월에 수온이 –1.6~2.2도로 낮아 해파리 출현 시기가 지난해보다 2주 이상 늦춰졌지만, 향후 수온이 오르고 먹잇감이 풍부해지면 성체 해파리가 대규모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해류 흐름을 따라 인근 해역으로 확산될 우려도 있다.

해파리 위기경보가 ‘주의’ 단계로 발령되면, 정부와 지자체는 특보가 내려진 해역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고 해파리를 조기에 제거하며 어민들을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과 홍보 활동을 펼친다. 해수부는 해파리 상황실을, 지자체는 종합상황실을 각각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상황을 점검해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해파리 / 연합뉴스
해파리 / 연합뉴스

해파리는 바다의 불청객이다. 여름철 해변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고, 어민들에게는 생계를 위협하는 골칫거리다. 독성이 강한 촉수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고통스러운 상처를 남기는 해파리는 여름철 한국 바다를 점령하며 어민과 관광객 모두를 괴롭혀 왔다. 지난해에는 2015년 관측 이래 처음으로 독성 해파리 떼가 대규모로 출현해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기도 했다. 노무라입깃해파리의 경우 2023년에는 1헥타르당 0.3마리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1헥타르당 108마리로 무려 360배 가까이 급증했다.

해파리는 한국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며 대부분 버려진다. 아이러니한 점은 한국이 해파리를 식품이나 화장품 원료로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왜 자국 바다에서 쏟아져 나오는 해파리는 버리고 외국산 해파리는 돈을 주고 사오는 걸까.

한국 해역에서 출몰하는 해파리는 어민들에게 거의 재앙에 가깝다. 지난해 여름 제주와 남해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해파리가 대량으로 나타나 어장을 휩쓸었다. 특히 정치망 어업처럼 고정된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어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평소라면 갈치, 고등어, 오징어가 가득해야 할 그물이 해파리로 뒤덮이는 일이 잦았다. 해파리 촉수의 독성은 잡힌 고기를 망가뜨리고 선도를 떨어뜨린다. 그물과 어구도 손상돼 어민들은 노동력과 경제적 피해를 함께 떠안는다. 결국 많은 어민이 어장을 철수하거나 조업을 포기했다. 해파리는 단순히 불편한 해양생물을 넘어 어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해파리는 익히 알려진 식재료인데 한국 해역에서 잡히는 해파리는 왜 식품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걸까.

현재 한국에서 식품용으로 가공되는 해파리는 대부분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수입된 것이다. 해파리는 몸통만 잘 세척하면 먹을 수 있지만 손질이 매우 까다롭다.

촉수에 있는 독성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해파리에 스치기만 해도 피부에 상처가 날 만큼 강한 독성을 없애려면 소금을 이용해 염장하고 며칠씩 숙성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처럼 번거로운 손질 과정은 전문 설비와 기술이 필요한데, 국내에는 이런 시설이 거의 없다. 소규모 어민이나 일반 업체가 감당하기엔 벅찬 수준이다. 게다가 국내 소비자에게 해파리는 여전히 낯선 식재료다. 해파리를 식품으로 인식하지 않는 문화적 장벽도 여전히 높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