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로 업무폰 쓰는 교사들"…세종 교사들, 민원에 사생활 무너졌다

2025-06-1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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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10명 중 8명, 비전공자가 스포츠 수업…사적번호 공개도 강요
밤낮 없는 학부모 연락에 정신적 고통…공식 대응 시스템 구축 촉구

사비로 업무폰 쓰는 교사들'…세종 교사들, 민원에 사생활 무너졌다 / 세종교사노조
사비로 업무폰 쓰는 교사들"…세종 교사들, 민원에 사생활 무너졌다 / 세종교사노조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세종 지역 중·고등학교 교사 다수가 학생 및 학부모 민원 대응을 위해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사생활 침해와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민원 대응 부담을 교사 개인에게 전가하는 구조적 문제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종교사노동조합(위원장 김예지)은 전국중등교사노조가 실시한 ‘학교 민원 대응 시스템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중 세종지역 교사 177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를 9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전체 응답자의 66%가 학생·학부모에게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있으며, 이 중 85%는 “공식 민원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번호를 공개했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관리자나 학부모로부터 사실상 번호 공개를 강요당하거나, 출결 확인·생활지도·민원 응대의 신속성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번호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교원 안심번호 제도나 민간 소통 앱은 통화 품질 저하와 원 번호 노출 등 실효성 부족으로 외면받고 있었다. 일부 교사는 사비로 업무용 휴대전화를 따로 구입해 사용하는 실정이다.

교사들은 이로 인해 퇴근 후, 심지어 밤늦은 시간과 주말에도 학부모로부터 지속적으로 연락을 받고 있으며, 연락에 응하지 않으면 ‘업무 태만’이라는 오해나 민원 제기에 시달리고 있다. 카카오톡 아이디 찾기 기능을 통한 무단 연락, 반복적인 문의, 불필요한 정보 요구 등 교사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김은지 세종교사노조 중등부위원장은 “개인 번호 공개는 교사들을 스팸 전화, 악성 민원 전화에 노출시키고 있다”며 “민원 응대 부담이 온전히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설문에 응한 교사들은 ‘현재 민원 대응 체계는 교사 개인의 희생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고교 교사는 “단지 조퇴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 다른 교사는 수업 중 부정행위를 규정대로 처리했다는 이유로 경찰 신고와 인권침해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과도한 민원과 악의적 언행으로 인해 일부 교사들은 무기력감, 우울증,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이에 세종교사노조는 △공식 민원 대응 시스템의 신속한 구축과 의무화 △교사 개인정보 보호 조치 강화 △출결 처리 시스템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민원 접수와 대응은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가 책임지고, 관리자들이 이를 직접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김예지 위원장은 “교사가 본연의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민원 구조는 교육 현장 전체에 손실을 준다”며 “교육당국은 즉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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